앵커: 북한의 일부지역 양정사업소 식량보관창고에서 식량절도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일반 주민은 식량창고에 접근하기 어려운 가운데 창고를 지키는 보위대원들이 식량을 훔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현지 소식 박정연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 어랑군의 한 주민소식통은 13일 “최근 우리 군 내 한 양정사업소에서 식량 절도 사건이 보고되어 도 검찰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면서 “조사 결과 해당 양정사업소식량창고를 지키는 보위대장과 보위원 전체가 절도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당국에서는 이번 사건이 국가의 식량창고와 관련된 문제여서 외부에 비밀로 붙이고 있어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는다”면서 “사법당국이 이번 사건을 비밀에 붙이는 이유는 식량창고에는 전쟁 등 유사시에 사용할 나라의 비상식량을 보관하고 있고 이를 지키기 위해 보위성 소속으로 정예 보위대원들이 경비를 서고 있는데 이들이 식량을 절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보위대원들은 실탄을 소지한 채 경비를 서고 있으며 매주 2회 실탄사격 훈련과 군사훈련을 받는 정예부대로 무단으로 양정사업소(식량창고)에 접근하는 자에게는 경고와 함께 총격을 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면서 “보통 1개 사업소당 14명이 배치되어 있고 그 중 여성대원 7명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이번 사건이 충격적인 것은 남성보위대원들의 비리를 막기 위해 일부러 당성이 강한 여성보위대원들을 배치했는데 여성보위대원들조차 식량 절취에 가담했거나 동료들의 절취행위를 눈감아 주었다는 것”이라면서 “각 지역 보위부 성원 중에서도 식량창고를 지키는 보위대원들은 충성심이나 당성이 강한 믿을 만한 사람들을 선발해 배치하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어랑군 보위부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여성보위대원들은 대부분 ‘위생대(생리대)와 비누, 치약 등 생필품을 구입하기 위해 식량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고 자백했다”면서 “도 보위부에서는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국가 식량에 손을 댔다는 자체가 엄중한 죄라면서 언제, 얼마만큼의 식량을 빼내 누구에게 건넸는지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같은 날 “최근 청진시내 여러 양정 사업소들에서 식량 절취 사건이 빈발해 도 보위부의 조사가 시작되었다”면서 “그런데 식량절취범들은 주민들이 아닌 양정사업소 간부들과 식량창고를 지키는 보위대원들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자유아시아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양정사업소에 배치된 보위대원들은 강도 높은 군사훈련과 충성심으로 무장된 정예대원들로 근무시 실탄을 상시 소지하고 있다”면서 “국가의 신임을 받아 식량창고 경비에 나선 보위대원들이 식량을 훔칠거라고 상상이나 했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이번에 전국적인 양정사업소 식량창고에 대한 전수조사에 드러난 절도사건은 백 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한 양정사업소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 도난사건도 있고 새로 도난사건이 드러난 양정사업소도 있어 사건이 발생한 양정사업소 숫자나 도난 건수를 확실히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도난사건이 발생한 양정사업소들을 보면 대부분 보위대장을 비롯해 14명의 보위대원들이 모두 식량에 손을 댔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그들이 오랜 기간 식량을 절취하면서 발각되지 않았던 이유는 마대에 포장된 쌀을 마대별로 포장을 훼손하지 않고 소량만 빼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그들은 마대에 작은 구멍을 내고 마대(포대)당 작게는 1킬로그램, 많게는 2킬로 그램의 쌀을 빼낸 다음 마대원단을 원래대로 복구해 놓는 방식을 이용했다”면서 “마대의 포장이 훼손되지 않아 눈으로 봐서는 쌀을 빼냈다고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보위부 조사에서 일부 보위대원들은 눈앞에 수많은 쌀이 쌓여있는데 굶주리는 가족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면서 “보위대원들은 대부분 국가 식량에 손을 댄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후회하고 있지만 가족들이 겪고 있는 식량위기를 토로하며 눈물로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북한은 매년 가을이 끝난 쌀을 농민 몫을 제외하고 군량미와 국가 수납분으로 구별해 거둬들이고 있는데 군량미는 군부대에서 직접 가져가고 국가 수납분은 지역 별 양정사업소에서 거둬들여 식량창고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각 도, 시, 군 지역별로 다수의 양정사업소 (모두 몇 개인지 통계자료가 없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자 박정연,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