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요국가건설 외국투자 유치에 고위층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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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대형 국가건설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삼지연개발과 원산갈마지구 관광단지조성사업에 중국인 투자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북제재로 인해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던 북한당국이 고위층을 동원해 투자자들을 설득하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등 중국인 투자자들에게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김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주 북한의 관광단지 투자 상담을 위해 원산을 방문했었다는 중국 선양의 한 사업가는 “북조선 관광단지에 투자 계약을 마친 외국인(주로 중국인) 들은 어김없이 북조선 고위층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게 된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기념사진엔 사진을 찍은 연, 월, 일만 사진 하단에 자그마하게 씌어 있는 것 이외에 아무런 다른 설명은 없다”면서 “투자 규모가 클수록 같이 사진을 찍는 북조선 고위층 인사의 위상도 점점 더 높아진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투자자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북조선 고위 인사는 투자를 담당하는 부서와 특별한 관련이 있는 사람은 아니다”라면서 “투자 규모에 따라 달라지지만 북조선 내에서는 이름만 대면 누군지 알 수 있는 상급(장관급) 인사들도 여러 명 포함되어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중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북조선 고위 인사와 기념사진을 찍는 것을 마다 할 이유가 없다”면서 “고위층 인사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자신이 북조선에 투자한 사실을 보증해 주는 것이 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이와 관련 중국 단둥의 한 무역관련 소식통은 “과거 북조선에 대규모 지원을 했거나 큰 투자를 한 외국인과 북조선의 고위층 인사들이 기념 촬영을 하는 것은 김일성 시대의 관행이었다”면서 “외국 투자자에 대한 이런 관행이 김정일 때에 사라졌다가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 다시 부활한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과거 김일성 시대에는 거액을 투자한 외국인에 한해서는 김일성 본인이 직접 기념촬영에 나선 경우도 있었다”면서 “김정은도 외국인 투자 활성화를 위해 할아버지 김일성이 펼쳤던 행보를 따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와 기념촬영을 했던 북조선 고위급 인사가 외국인 투자자를 기억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면서 “중국 기업인들 중에는 옛날 사진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 있지만 고위층과의 기념사진이 투자에 대한 후견이나 보증 역할을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2017년 9월 11일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375호에 따라, 북한 정권의 돈줄을 차단하는 방안의 하나로 유엔 회원국들에 북한과의 합작·합자·외자 형태의 기업을 모두 폐쇄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 상무부는 지난 2017년 9월 28일 공고문 55호를 통해 “지난 11일 채택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75호에 따라, 120일 안에 중국 내 북한과 중국의 합작·합자·외자 기업들은 모두 폐쇄하라”고 공고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