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주민에게 있어 시장은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공간입니다. 최근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평양시 주택건설로 모란봉 구역 '인흥시장'이 없어지면서 지역 상인들과 주민들의 애로와 불만이 크다는 소식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모란봉 구역은 중구역, 평천구역과 함께 평양에서 제일 인기 있는 지역입니다. 예로부터 이름난 명승지인 모란봉과 개선청년공원 등이 위치하고 교통이 좋아 모란봉 구역은 평양에서도 간부와 돈주(부자)들이 선호하는 거주지로 꼽힙니다.
평양시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3일 “많은 사람이 이용하던 모란봉 구역의 인흥시장이 없어졌다”며 “시장이 사라져 구역 주민들이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지만 당국은 아직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몇 년 전부터 인흥 2동을 비롯한 구역(한국의 구에 해당) 내 여러 곳에서 오래된 낡은 아파트를 허물고 새 아파트를 건설하는 사업이 벌어지더니 지난겨울부터 인흥시장이 있던 자리에도 새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는 “인흥시장이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평양에서 꽤 유명한 시장이었는데 없어지다보니 구역 주민들이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른 구역에 있는 시장에 가서 장을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전국의 모든 시 군에 시장이 있습니다. 지방과 달리 평양은 식량도 배급되고 국영상점도 운영되지만, 많은 주민들이 국영 상점이 아닌 시장에서 생활상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고 있습니다.
국영상점에서 된장, 간장부터 남새(채소)까지 대부분 판매하지만 수급에 따라 충분치 않은 부분을 시장에서 해결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시장의 의존도는 지방보다 평양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그렇더라도 주민들 생활에 시장은 필수적입니다.
소식통은 “인흥시장 주변의 북새동, 개선문동, 서흥동, 인흥 1, 2동, 월향동, 민흥동에는 모란봉 구역 인구의 70~80%가 살고 있는데 아직 새 시장을 내온다는 소식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낡고 오래된 아파트를 허물고 그 자리에 새 아파트를 세우는 것은 누구나 환영하지만 갑자기 시장을 없애버리면 상인들과 주민들은 어떻게 하는가”고 반문했습니다.
아직 평양시에 1950년 한국전쟁 이후 동유럽 국가들의 도움을 받아 건설한 낡은 아파트가 적지 않습니다. 건설된 지 60년이 훨씬 넘은 건물들로 대부분이 5~6층 되는 저층 아파트입니다.
최근 북한 당국은 화성지구 2단계와 서포지구 등 5만 세대(가구) 평양시 주택건설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일부 시내 중심에 있는 낡은 아파트를 허물고 그 자리에 새 아파트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부분적인 재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셈입니다.
평양시의 다른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24일 “매일 다니던 시장이 없어진 아쉬움도 크지만 생활상 불편은 더욱 크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인흥시장이 밀집한 아파트 사이 좁은 공간에 위치하고 있어 크지 않지만 늘 붐볐다”며 “시장 가까이에 지하철 개선역이 있고 각 방향으로 가는 버스 노선도 많아 다른 구역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시장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모란봉 구역에 간부와 잘사는 사람들이 많아 인흥 시장에는 품질이 좋은 물건이 많다는 인식이 있었고 이에 따라 평양 주민들은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통일거리시장보다 인흥시장을 자주 이용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상인은 상인들대로, 주민은 주민들대로 시장이 없어 불편을 겪는 데 대해 거듭 신소(청원)하고 있는데 당국이 당분간 새로 꾸린 종합상점(슈퍼마켓처럼 꾸린 상점)을 이용하라는 대답만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주변 다른 구역의 시장들이 그대로 운영되는 걸 봐서는 시장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하지만 “구역 주민들의 불편을 해결할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작정 시장을 없앤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비난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지방은 물론 평양시도 각 구역에 1~2개의 시장을 두고 있습니다. 행정구역상 19개 구역과 2개 군으로 이뤄진 평양시에는 약 30개의 시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