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당국이 농민들에게 애국미 헌납을 강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식량이 없다며 애국미를 바치지 않은 농민들의 살림집 수색까지 강행하고 있어 거센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 24일 “요즘 은산군 농장에서 애국미 헌납 운동이 시작됐다”면서 “농민 1인당 50킬로의 애국미를 당에 바치라는 당국의 지시가 포치됐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농민부부가 애국미를 바치려면 100킬로의 알곡이 있어야 한다”면서 “이달 말까지 애국미를 바치라는 당국의 요구에 농민들의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농민들은 협동농장에서 일한 댓가로 국가로부터 연말에 현물 알곡을 분배 받습니다. 아직 농민들에 대한 분배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애국미로 헌납할 알곡이 어디에 있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는 얘깁니다.
소식통은 “당국은 나라가 어려운데 농민들이 앞장에서(서서) 개인 뙈기밭(화전) 농작물을 애국미로 바치라고 선전선동하고 있다”면서 “애국미 헌납에 참여하지 않으면 어떤 불이익이 차례질지 몰라 농민들은 개인 뙈기밭에서 올해 농사지은 옥수수나 콩 등을 바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농민들은 개인 텃밭과 뙈기밭 농작물을 가족의 식량으로 몰래 감춰놓고 애국미로 바칠 낟알이 없다며 애국미 헌납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이에 당국은 ‘애국미 상무조’를 조직하고 애국미를 전혀 바치지 않고 있는 농민들의 살림집을 수색해 숨겨놓은 알곡을 들추어내면서 애국미를 바치라고 강제하고 있어 농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같은 날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도 “지난주 용천군 당 조직에서 협동농장 농민들에게 1인당 50킬로의 애국미를 이달 말까지 바치도록 포치했다”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농민들에 부과된 애국미 헌납은 1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말에 농민들에 대한 알곡 분배가 끝나면 2차로 이어지게 된다”면서 “2차로 이어질 애국미 계획량은 더 많을 것이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당국이 애국미 운동을 반복하면서 알곡 징수에 사활을 거는 것은 올해 협동농장의 알곡수확고가 하락하면서 군량미 징수와 수도미(평양시 공급용 식량) 징수 계획량이 크게 미달됐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북한 당국은 애국미 헌납은 참여해도 되고 불참해도 되는 놀음이 아니라 농민들 누구나 충성심으로 참여해야 할 애국 운동이라고 역설하고 있다고 합니다.
소식통은 “하지만 아직 올해 농민들에게 알곡 분배가 시작되지 않아 애국미 헌납에 불참하는 농민들이 많다”면서 “이에 당국은 애국미를 전혀 바치지 않고 있는 농민의 살림집 마당과 창고바닥까지 삽으로 파헤치며 텃밭에서 수확한 알곡을 보관한 것을 찾아내고 있어 농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요즘 평안남도와 평안북도 장마당에서 판매되는 식량 가격이 상승세에 들어섰습니다. 이달 초 쌀 1키로가격은 내화 5,400원($0.65)이었으나 24일 현재 6,100원($0.74), 옥수수는 1키로 2,600원($0.31)에서 3,000원($0.36)으로 올랐습니다.
북한에서 11월은 추수철에 이어 협동농장마다 탈곡하는 시즌이어서 장마당 식량가격이 하락세로 들어서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협동농장 대상으로 알곡 실수확고를 재판정하고 군량미 계획을 부과하는 데 이어 개인 농민에게는 애국미 헌납을 강제하고 있어 알곡 유통량이 줄어들면서 식량가격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강조했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