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에서의 일상생활을 온라인에 공유하는 계정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계정의 주인은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러시아 출신의 젊은 여성인데 전문가들은 북한 관광지 홍보를 목적으로 계정을 운영하거나, 러시아 외교관의 가족으로 평양에 거주 중일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 김일성 광장 앞, 분홍색 겉옷을 입은 젊은 백인 여성이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텅 빈 마식령 스키장에서 개인 스키 강습을 들은 후 호텔로 들어가 수영과 당구를 즐깁니다.
[마식령 스키장 영상 오디오]
‘비카’라는 이름의 러시아 여성이 운영하는 온라인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공개된 사진과 영상들입니다.

비카는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북한에서 촬영한 일상생활 영상을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그리고 텔레그램에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북한 식당을 방문해 김치볶음밥과 군만두를 맛보기도 하고 슈퍼마켓에서 사 온 초코, 참외, 딸기 아이스크림 4종을 맛보고 후기를 남기기도 합니다.
비카는 또한 지난 10월 말부터 평양에서 열린 경공업 제품 전시회에 들러 공책과 국수를 구입했고, 12월 초 국제 장애인의 날을 맞아 열린 기념 공연을 관람한 영상도 공유했습니다.
첫 영상이 올라온 지난해 11월 14일부터 2024년 1월 16일까지, 스토리 기능(24시간 후 사라지는 짧은 형식의 사진과 영상)을 포함해 인스타그램에만 90여 개가 넘는 사진과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온라인 활동이 엄격히 통제되는 북한 내에서 비카는 평균 하루 한 번 이상 게시물을 등록한 겁니다.
이 여성과 계정의 정체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는 가운데, 더 선 등 일부 외신은 비카가 모스크바 출신의 23세 여성이며 광고홍보학을 전공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정보통신기술을 연구하는 마틴 윌리엄스 스팀슨 센터 연구원은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에도 외국인과 외교관들에게는 예외적으로 인터넷이 허용된다"며 외국인의 인터넷 사용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윌리엄스 연구원 :북한 내 외교관 사회는 비교적 인터넷에 대한 접근성이 좋은 편입니다. 비카의 인터넷 접근성을 고려했을 때 비카는 외교관 또는 외교관의 가족 자격으로 북한에 지내며 개인적 기록을 업로드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자카 파커(Jaka Parker) 전 북한 주재 인도네시아 외교관 역시 북한에 거주하면서 온라인에 북한 내 생활 사진을 자주 공유했습니다.
윌리엄스 연구원은 그러나 러시아 극동 주민의 북한 관광 재개를 앞두고, 러시아 대사관이 북한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기획한 활동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 석사 과정 중인 탈북민 이현승 씨는 RFA에 김정은 총비서의 지시 하에 관광총국에서 홍보를 위해 고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실제로 러시아어로 계정을 운영하는 비카는 두 달 만에 8만여 명에 육박하는 구독자를 확보했습니다.

매 게시물마다 수백 개씩 달리는 댓글들은 “신기하다. 더 많은 생활 모습을 보여달라"며 관심을 보이거나 “당신이 정말 북한으로 이사갔다면, 그들이 가장 먼저 할 일은 당신의 핸드폰을 빼앗는 것"이라며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출신의 표도르 째르치즈스키 국민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날 RFA에 비카가 작성한 글의 일부가 부자연스럽다며 계정 운영의 배후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째르치즈스키 연구원 :비카의 비디오에 삽입된 글이 실제 러시아어처럼 읽히지 않았습니다. 일종의 선전 전단을 만드는 것처럼 확실히 문어체로 쓰였습니다. 일반적인 구어체가 아닙니다. 한 사람이 쓴 것이 아니라, 북한 정부와 협력하에 작성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째르치즈스키 연구원은 지나친 문어체의 예시로 “Посетила(방문하였다)”, “Насладиться(즐기다)” 등의 단어를 지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비카가 공유하는 북한 내 생활 수준은 높고 비교적 현대적입니다.
이현승 연구원은 비카의 계정 역시 선전물에 속한다며 보위부와 선전부의 감시와 검열을 거친 후에 게시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비카가 계정 운영을 지속하더라도 절대 북한의 실상과 약점은 공개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비카는 RFA의 인터뷰 요청에 1월 16일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러시아 단체 관광객들의 북한 관광을 맡은 러시아 여행사 보스토크 인투르는 지난 11일 RFA에 “70명 이상이 신청했으며 58명이 등록을 마쳤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은 3박4일 일정으로 금액은 1인당 750달러입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