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북한 군 당국이 제대를 앞둔 군인들에게 농촌에 진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10년 가량 세계 최장 의무 군 복무를 하는 북한에서 제대를 앞둔 군인들의 소원은 고향에 배치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직업 배치를 당국이 하는 만큼 제대군인들이 자기 고향이 아닌 탄광, 광산, 농촌, 중점 대상 건설장 등에 집단 배치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요즘 제대를 앞둔 군인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며 “군 당국이 당의 뜻을 받들어 농촌에 진출할 것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며칠 전 4군단에서 군대 복무를 하는 아들의 전화를 받았는데 자칫 고향에 가지 못하고 황해도나 평북도 곡창지대 농장에 집단 배치될까 걱정하는 내용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최근 아들 부대에서 제대 할 군인들을 따로 모아놓고 어렵고 힘든 부문에 진출해 당의 뜻을 받들 데 대한 내용의 사상교양 사업을 2번이나 했다”며 “부대 지휘관들이 제대할 대상을 한 명씩 불러 농촌에 진출하도록 설복(설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대장과 대대정치지도원이 요즘 전국의 농촌이 몰라보게 변모되고 있다며 농촌에 진출하는 제대 군인은 새로 지은 멋진 살림집을 우선 배정받을 수 있다, 농촌에 진출하는 경우 노동당원의 영예를 지닐 수 있다는 등의 말로 가정 형편이 어려운 군인과 아직 입당 못한 군인들을 설득하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에서는 제대군인의 70% 정도는 입당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입당 자격은 당국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출신성분과 계급적 토대가 나쁘지 않아야 하고 복무기간 이런저런 말썽도 없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9일 “만기 복무를 마치고 올해 제대할 군인을 몇 명 알고 있는데 모두가 농촌에 집단배치되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집이 농촌이거나 부모가 농민인 군인은 농촌에 갈게 명백한 만큼 제대 배치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며 “문제는 농촌 출신이 아닌 청년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오래 전부터 식량생산 증대와 인력 감소를 막기 위해 농민의 자녀가 부모의 뒤를 이어 농장에서 일하도록 조치하고 있습니다. 농촌 여성이 도시 청년과 결혼해도 그 지역 농장에서 일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한마디로 농민의 자녀는 대대로 농민으로 살아야 하는 겁니다.
북한에서 도시 청년과 결혼한 농촌 여성은 남편 거주지 도시의 농장에 소속돼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도시화율이 낮아 대부분 도시에 농장이 있기 때문으로 제도 때문에 도시 청년들이 농촌 여성과 결혼하려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내가 아는 한 군인은 농민 신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군관이 되려고 무척 노력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며 “이런 경우가 다른 부대에도 있다고 하는데 당국이 (농촌 인력 유지를 위해) 농민 출신 자녀가 군관이 되는 것을 제한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남들과 똑같이 만기 복무를 하고도 입당하지 못하고 집에 가면 주변 시선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라며 “이런 점을 악용해 부대 지휘관들이 제대할 때가 되었음에도 입당하지 못한 군인들에게 농촌에 진출하겠다고 하면 입당시켜준다며 그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어린 나이에 집을 떠나 청춘 시절을 군대에 다 바친 청년들을 가족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보내지 않고 외지에 집단배치하는 당국의 처사는 지나치다고 본다”며 “이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에서 군관(장교)은 간부에 속합니다. 농민 자녀가 군관이 되면 간부가 된 셈인데 군관으로 복무하다 제대하는 경우 농촌이 아닌 도시의 간부로 배치 받을 수도 있어 농촌 출신 군인들이 군관을 많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