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북한에서 북부 국경도시와 내륙 도시간을 운행하는 장거리 택시들이 성업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 장거리 택시들은 영업 구역에 대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 함경남도 함흥을 중간 환승지점으로 삼고 승객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운행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 13일 “지금 함경남도의 소재지인 함흥시에는 멀리 떨어진 도시들에서 출발한 장거리 운행 택시들이 서로 승객을 교환하고 주유를 하거나 차량을 정비하느라 북적거리고 있다”면서 “함흥시는 지리적으로 북부 국경도시들과 내륙 사이의 중간 지점이라 장거리 택시들이 중간 휴게소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혜산, 라진 같은 북부 도시에서 평성, 신의주 등 내륙도시들까지 택시를 이용하는 손님이 부쩍 늘면서 각 도시의 택시 운전수들간에 영업 구역에 얽힌 다툼이 자주 발생하게 되었다”면서 “이에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도시의 택시 운전수들은 중간 지역인 함흥에서 서로의 손님들을 인수인계(환승) 하는 방식으로 영업구역에 관한 분쟁을 해결하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이런 합의가 이뤄지기 전에는 혜산, 라진 등 북부지역 택시들과 평성과 신의주의 택시들 간에 고객가로채기 등 분쟁이 끊이지 않았는데 함흥을 중간 환승지로 선정한 이후 택시 운전수들은 싸울 필요가 없게 되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평성에서 혜산으로 들어가는 택시 승객 입장에서도 평성택시보다는 혜산택시를 이용해야 경비초소의 단속을 피하는 등 유리하기 때문에 중간지점인 함흥에서 택시를 바꿔 타는 데 대해 불만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이제는 함흥을 기준으로 거리에 따라 택시비를 산정했기 때문에 각 지역 택시 운전수들은 평성-함흥, 함흥-혜산으로 구간을 정해 택시비를 받고 있는데 택시 비용은 구간 별로 인민폐100위안이며 10키로 이상의 짐을 싣게 되면 한 사람 몫으로 계산해 100위안을 더 받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남도 소식통은 “현재 함흥지역 인민위원회에서는 함흥에 머무는 택시들을 상대로 주차비를 받아내고 있지만 택시 운전수들은 시에서 공식으로 인정한 휴게소도 아닌데 무슨 주차비냐며 주차비를 내지 않으려 다툼이 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열차운행이 제 기능을 못하는 현실에서 장사꾼들이나 사정이 급한 주민들은 가격이 비싸지만 빨리 이동할 수 있는 장거리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장거리 택시 환승 정류장으로 함흥이 부상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교통체계가 미비한 우리나라만의 기이한 현상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