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북제재가 본격화된 2017년 이후 북한의 '합법적 거래수지' 적자가 연평균 11억 8천만 달러(한화 1조 6천억 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책임연구위원은 이는 대북제재의 효과라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대북제재 무용론'은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임수호 책임연구위원이 22일 발표한 ‘대북제재 이후 북한 외화수지 추정Ⅰ: 합법적 거래수지’ 보고서.
임 책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대북제재가 본격화된 2017~2023년 북한의 ‘합법적 거래수지’는 총 82억 5천만 달러(11조 2천억 원), 연평균 11억 8천만 달러(1조 6천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대북제재의 효과”라고 밝혔습니다.
대북제재가 본격화되기 이전인 2000~2016년에는 북한의 ‘합법적 거래수지’가 55억 9000만 달러(7조 6천억 원), 연평균 3억 3천만 달러(4천억 원) 흑자였습니다.
‘합법적 거래수지’란 국제기구, 각국 세관 등에 보고된 공식 실적 중 제재 대상이 아닌 품목의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등을 뜻하며 중국의 무상원조, 직접투자, 외국인관광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임 책임연구위원은 “대북제재에 따라 수입보다 수출이 더 많이 감소하면서 연평균 대외 상품수지 적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고, 적자를 메웠던 대남 수지 및 대외 소득수지 전체와 서비스수지 대부분이 불법화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먼저 상품수지의 경우 임 책임연구위원이 추정한 2017~2023년 북한의 적자규모는 82억 7천만 달러(11조 3천억 원)였습니다.
임 책임연구위원은 “대북제제 이후 적자가 급증하다가 코로나 이후 급감했지만, 최근 국경봉쇄 완화 이후에는 재급증하는 추세”라고 밝혔습니다.
임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의 과도한 국경봉쇄가 단순히 보건상 이유만이 아니라 외화수지 악화 방지와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비스수지와 관련해 임 책임연구위원은 2017~2023년 북한이 약 3억 1천만 달러(4천억 원)를 벌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임 책임연구위원은 “이중 약 56%가 국경봉쇄 이전 외국인관광으로 벌어들인 수입”이며 “기타 카지노 수입, 나선특구수입 등이 의미있는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임 책임연구위원은 “향후 관광 재개시 중요한 외화수입원이 될 가능성이 있으며 관건은 중국의 정책적 대북관광”이라고 밝혔습니다.
임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합법거래에서의 적자를 불법거래에서의 수입으로 보전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합법거래에서의 적자가 워낙 커 전반적인 외화수지는 적자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임 책임연구위원은 “이런 점에서 최근 일각에서 제기하는 소위 ‘대북제재 무용론’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임수호 책임연구위원은 앞서 지난 2월 20일 통일부가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 발간 계기로 개최한 정책세미나에서는 대북제재 이후 북한의 광업, 제조업 분야 가동율이 크게 하락하고 전력 및 원자재 공급량 등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북제재는 탈냉전 이후 국제사회가 특정국가에 부과한 경제 제재 중 가장 강력하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강동완 동아대 북한학과 교수는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최근 북중러 협력이 강화되며 대북제재가 무용하다는 식의 주장이 나오지만, 대북제재에 틈새가 있다는 주장은 사실 예전부터 줄곧 제기되어온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 교수는 이어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제재가 북한에게 주는 압박은 여전히 상당하다”며 “대북제재에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 등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 등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강동완 동아대 북한학과 교수: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 어떤 틈새가 있다는 주장은 항상 제기돼 왔던 부분인데 대북제재를 한다는 것은 북한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이러한 메시지들을 북한에 지속적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한편 임 책임연구위원은 암호화폐 해킹 수입, 해외 파견 근로자 수입 등 북한의 ‘불법적 거래수지’에 대해서는 추후 발표할 ‘대북제재 이후 북한 외화수지 추정Ⅱ’ 보고서에서 분석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