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북한 대외무역 1955년 이후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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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지난해 북한의 대외교역이 대북제재, 국경봉쇄 등의 영향으로 1955년 이후 최악의 수준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북한의 대외교역액이 7억 1000만 달러로 1955년 이후 실질기준 최저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은행은 5일 ‘이슈노트, 최근 5년의 북한경제 및 향후 전망’ 보고서에서 “북한의 경제가 국제사회로부터 완전히 고립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과의 거래를 제외한 북한의 대외무역은 2016년 65억 달러에서 2018~2019년 30억 달러로 축소됐고 2020~2021년 국경봉쇄 조치가 단행되자 7~9억달러로 한층 더 축소되었습니다.

대외무역이 급감한 가운데 북한의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는 2012~2015년 70%에서 2016~2021년 93%로 크게 높아졌습니다.

한국은행은 또 “대북제재와 국경봉쇄의 여파가 북한 경제에 전방위적인 영향을 미치며 북한 주민들의 소득, 소비, 후생수준이 크게 악화되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대북제재로 인한 외화소득원 차단, 자본재 수입 금지 등은 북한의 계획부문 관련 산업의 생산 역량을 후퇴시켰고 이러한 생산 부진이 결국 북한 주민 대다수가 참여하는 비공식 경제 활동의 위축으로 전이됐다는 설명입니다.

한국은행은 또 북한의 국경봉쇄 조치가 물자부족을 야기하며 주요 소비재 등의 가격을 급등시켰고 이에 따라 북한 주민들의 실질소득은 더욱 악화됐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은행은 이와 함께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5년간 11.4% 감소했으며 북한의 향후 잠재성장률은 1~1.5%를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또 “봄 가뭄과 코로나 환자 급증 등의 현상은 북한 경제가 올해도 순탄하지 않을 것을 예고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북한의 경제가 회복과 위기 지속의 기로에 서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코로나 비루스가 통제 가능한 단계라고 판단하면 교역 재개, 외화 획득 등을 모색하겠지만 가용자원의 부족, 낮은 기술수준 등으로 인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것입니다.

다만 현재 북한의 경제상황이 ‘고난의 행군’으로 알려진 1990년대 경제위기상황보다는 아직 양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날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주최한 ‘북한의 코로나 방역전 승리 선언과 그 이후’ 평화나눔 정책포럼에서 “현재 북한이 양적인 성장보다 중장기적인 생존에 무게를 두는 축소 지향적인 경제 운영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양 교수는 북한이 이러한 경제 전략을 택한 이유는 이것 외에 별다른 수단이 없기 때문이라고 보았습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특히 이제 물가라든지 환율을 관리하려고 하는 그런 경향들까지 많이 보입니다. 이제 전반적으로 무리를 하지 않는 것들이 보입니다. 기본적으로 북한이 자력갱생을 왜 택하느냐. 적극적으로 능동적으로 택했느냐. 저는 그렇게 안 봅니다. 수동적입니다. 다른 수단이 없어요. 뭘 하겠습니까.

이밖에 양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의 농업이 많이 파괴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농업은 제재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며 실제로는 제조업이 훨씬 파괴되었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또 “북한의 국경봉쇄 조치로 인해 소비재 시장인 장마당이 결정적인 타격을 받았다”고 분석했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