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중국의 국제사회 영향력 확대를 위한'일대일로'사업이 진행 중인 아프리카 국가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인 노동자로 위장해 불법 외화벌이를 지속하는 것으로 자유아시아방송(RFA)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특히 북한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숙소도 없이 아파트 공사장 지하실에서 생활하고, 염장한 쌀로 끼니를 때우는 등 참혹한 환경 속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습니다. 박재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12월 인기 신혼여행지로 알려진 아프리카 남동부에 위치한 섬나라 모리셔스에서 중국 어선‘금향 8호’선원 6명이 체포됐습니다.
현지 언론 리 마티날(Le Matinal), 렉스프레스(Lexpress)의 당시 보도에 따르면 중국인 선장은 선원 14명이 모두 중국인이라고 증언했지만, 모리셔스 출입국사무소(PIO) 조사 결과 허가 없는 북한 국적 노동자 6명도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들은 모리셔스 이민법에 따라 현재까지 르 샬랑(Le Chaland) 구치소에 구금돼 있고, 곧 추방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모리셔스에선 6명에 불과했지만,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이 진행 중인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선 수십 명 또는 백 여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열악한 여건에서 중국인 신분으로 불법 외화벌이를 하는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현지 소식통은 지난 2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세네갈에서 북한 말투를 쓰는 인부들이 공사장으로 향하는 모습을 확인했다”며“세네갈에는 현재 50명 가량 북한 노동자들이 호텔 등 건설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허난성 국영기업인 ‘차이나 허난’이 세네갈 도시 뚜바(Touba)시 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북한 건설회사와 협조해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다는 게 이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세네갈은 중국이 서아프리카에서 최초로 ‘일대일로’사업 협약을 체결한 국가로, 세네갈 정부는 이와 관련 지난해 3월 뚜바시 도시개선 사업, 5월 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공표하면서 도시 현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북아프리카 알제리에서도 170명 가량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 건설업체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알제리 수도 알제(Algiers) 시와 제2도시인 오랑(Oran)시에서 중국 국영기업인 절강건투사, 중국 건설사 오랑-북경 건설, 중마건축, 동양삼건 등의 아파트 건설사업에 북한 노동자들이 동원되고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현지 소식통을 통해 북한 노동자로 보이는 노동자가 알제시의 한 공사현장에 출입하는 사진도 입수했습니다. (사진참조)
특히 지난해 7월 오랑시에서 30대 근로자가 건설현장에서 추락사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알제리 언론 르 까르푸 알제리(Le Carrefour D'Algerie)는 사망자가 중국 회사 소속 노동자라고 보도했지만, 현지 소식통은 건설현장 인부들은 당시 사망자를 북한 노동자로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알제리에서 10년 동안 거주해 온 한인 교민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통화에서“몇 년 전 체류증 갱신 때문에 알제 시 관공서에 갔었는데, 북한 근로자들도 그날 체류 자격 때문에 (그 관공서에) 왔었다”라며“이런식으로 마주칠 기회가 있는데, 주변사람들로부터 이들이 최근까지 일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17년 채택한 대북 제재결의 2397호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원을 차단하기 위해 회원국들이 자국 내 북한 노동자들을 2019년 12월22일까지 모두 북한으로 돌려보내도록 했습니다.
그간 아프리카에서 유엔 대북제재 결의가 지켜지지 않고, 북한 노동자들이 북한으로 송환되지 않고 머물고 있다는 소식은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을 통해 보도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아프리카 일부 국가 내 북한 노동자의 구체적인 규모와 중국인으로 위장 취업하는 방식으로 외화벌이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의 에릭 펜턴-보크(Eric Penton-Voak) 조정관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제재위는 다수의 아프리카 국가에서 운영되는 중국 기업에서 중국 직원으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북한 국적자의 해외 취업은 유엔 결의에 위배된다”고 지적했습니다. (The Panel is aware of DPRK workers working as “Chinese” employees of Chinese businesses operating in a number of African countries. As you know, any employment of DPRK nationals overseas is contrary to the provisions of UN resolutions.)
중국 회사들은 아프리카의 느슨한 행정력을 활용해 자국 노동자들보다 인건비가 저렴한 북한 노동자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프리카에서 북한 외교관으로 활동했던 탈북민 출신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통화에서 “아프리카에서 돈이면 모든 게 통한다는 말이 있고, 중국 정부도 암묵적으로 이를 용인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고영환 연구위원 :몇몇 아프리카 국가는 행정도 미비하고, 부정부패를 일삼는 일부 나라들이 있는데요. 유엔 결의에 의해서 (북한 노동자들이 해외 노동을)못하게 돼있잖아요. 그런데, (이 나라들에서는) 돈이 오가면 충분히 다른 나라 사람으로 둔갑을 시켜서 제재를 회피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거든요. 중국사람으로 둔갑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현장에는 북한 감독관도 있고 북한 대사관이 이를 총 지휘하고 있을 걸로 보입니다.
아프리카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은 장시간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고, 비좁은 지하실에서 살면서 제대로 된 숙식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지 소식통은 “북한 노동자들과 대화를 나눴는데, 북한 노동자들은 제대로된 숙소 없이 본인들이 공사하는 아파트 지하에서 단체 생활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라며“염장한 쌀로(쌀에 소금을 쳐서) 끼니를 해결하고 설탕에 효모를 섞어 술을 만들어 고단함을 달래며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들은 적게는 미화 40달러, 점심도 없이 일할 경우 350달러 가량의 월급을 받지만, 이마저도 대부분 북한 당국에 상납하고 있는 등 매우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7월 발표한‘2022년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북한 출신 해외 노동자들은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제한된 급여만을 받고 있으며 북한 당국이 해외 노동자 급여의 최대 90%를 몰수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한편, 세네갈, 알제리 정부는 21일 북한 노동자가 중국인으로 둔갑해 일을 하고 있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느냐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질의에 28일 오후까지 답하지 않았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단에서 미국 대표로 활동했던 애런 아놀드(Aaron Arnold) 영국 합동군사연구소(RUSI) 선임연구원은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보낸 전자우편에서“중국 기업들이 북한 노동자들을 의도적으로 고용하고 있다면, 유엔 보고서에 언급될 수 있고 추가적인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며“또한 책임은 중국 기업뿐 아니라 주최국에도 있으며 국제 제재를 준수하도록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Assuming the Chinese companies are intentionally hiring DPRK laborers, they risk being mentioned in a UN report and subject to further scrutiny. I will also add that it is not just the Chinese companies that have a responsibility, but also the host country must ensure that they are in compliance with international sanctions. This means ensuring that there are no DPRK laborers in the country and that they do not provide any financial services to businesses that are aiding in sanctions evasion activities.)
기자 박재우,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