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잔류 북 노동자 수만명…실직자 생활고 심각”

0:00 / 0:00

앵커: 코로나19 때문에 중국에 남아 있는 북한 노동자들이 수만명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자리를 잃은 북한 노동자들은 고향에도 가지 못하고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홍알벗 기자의 보도입니다.

진작에 고향으로 돌아가야 했던 북한 노동자들이 아직도 중국 노동현장에 남아 외화벌이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22일 중국 단둥발로, 올해 1월 코로나19 때문에 북중 국경이 봉쇄되면서 수만 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에 남아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을 금지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으로,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대북제재 결의를 통해 지난 해 12월까지 전세계 각국의 북한 노동자를 북한으로 송환하도록 정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북한 노동자 송환과 같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하고 있다는 정황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유엔 홈페이지의 이행보고서 제출현황에서는 다른 나라와 달리 일곱 달이 지나도록 보고서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배경에 의문을 일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중국에 남아 있는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문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중국 단둥 사정에 밝은 한국 소식통은 22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전화통화에서, 코로나19로 형편이 어려워진 수많은 중국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면서 그곳에서 일하던 북한 노동자들이 실업자 신세로 전락했지만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사정을 딱히 여긴 일부 중국 업체는 북한 노동자들에게 라면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상당 수는 먹을 것조차 없어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이날, 현재 중국 내 상황이 지난 2011년 리비아에 파견됐던 북한 노동자들을 떠올리게 한다며, 당시 중동지역 민주화 사태로 북한 당국이 입국 금지를 시키는 바람에 이들이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 북한 노동자들이 일거리도 없고 갈 데도 없고, 사실 북한은 코로나19 감염자가 한 명도 없다고 주장하지만 북중 국경을 아주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노동자 상황도 상당히 어려울 겁니다.

한편, 앞서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지난 15일, 북한이 이달부터 남포나 청진 등 3개 항구에서 화물선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으며 중국 연변과 훈춘에서는 열흘 간의 격리를 조건으로 한 때는 하루에 북한 노동자가 200명 가량 중국으로 입국하는 등 북중 양국이 국경 봉쇄를 풀고 대외 경제 교류를 재개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유엔 측은 중국의 대북제재 위반 행위에 대한 입장과 조사계획, 그리고 이행보고서 비공개 배경 등을 묻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답변 요청에 22일 오후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