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에서 거름 생산 '새해 첫 전투'가 끝나고 있지만 거름 생산실적은 계획된 규모의 절반을 조금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해마다 새해가 시작되면 근로자들과 주민들, 또 방학을 맞은 학생들까지 동원해 거름 생산 ‘새해 첫 전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새해 첫 전투’ 기간은 새해 첫 출근을 한 날부터 2월 15일까지인데 이 기간 주민들은 매일 거름을 모아 주변 농장에 바쳐야 합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0일 “이제는 ‘새해 첫 전투’가 끝나고 있는데 거름생산계획을 절반 밖에 수행하지 못했다”며 “찾아낼 거름도 없지만 설령 거름이 있다 해도 운반 수단이 없어 실어낼 방법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거름 생산을 겨울철에 하는 이유는 얼어서 덩어리가 된 거름을 쉽게 썰매로 실어 나를 수 있기 때문”이라며 “거름을 모아 농장까지 실어내는 운반수단은 자동차나 뜨락또르(트랙터)가 아닌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썰매”라고 설명했습니다.
“썰매로 농장까지 거름을 실어 내려면 우선 거름이 단단하게 얼어야 하고, 도로가 눈으로 다져져야 한다”며 “그러나 양강도는 올겨울 기온이 비교적 높아 거름이 얼지 않은데다 눈도 많이 내리지 않아 아직까지 대부분 도로에 흙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썰매 끌 수 없어 운반에 어려움 겪어
소식통은 “‘새해 첫 전투’와 관련된 조선중앙텔레비죤(TV)의 첫 보도는 고철을 모아 제철소에 보내주는 근로자들의 모습이었다”며 “겨울철 기온이 높아 거름 생산을 못하다 보니 대신 고철 수매 운동을 벌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음력설이 지난 1월 말부터 2월 초사이 길주 이남 지역에 폭설이 쏟아져 열차운행까지 중단되었다”며 “기다리던 눈이었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이 쏟아지다 보니 도로가 막혀 거름을 모을 수도, 실어 나를 수도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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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농업부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12일 “‘새해 첫 전투’ 기간 양강도가 떠안은 거름 생산계획은 40만톤”이라며 “하지만 10일까지 양강도의 총 거름 생산량은 13만 4천톤에 불과해 계획량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밝혔습니다.
“그나마 생산된 거름은 주민들과 근로자들, 어린 학생들이 손수레로 주변 농장까지 힘들게 실어 나른 것”이라며 “올해 양강도의 1인당 거름 생산 과제는 17세 이상 성인들은 1톤, 14세 이상 학생소년들은 600kg”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손수레로는 거름을 썰매의 3분의 1정도밖에 싣지 못한다”며 “거기다 농촌 도로는 포장이 돼 있지 않아 손수레는 썰매에 비해 힘도 곱절로 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새해 첫 전투’가 끝난 2월 15일 이후에는 눈도 녹고 얼어붙었던 거름도 녹아 썰매에 의한 거름 운반은 불가능해 진다”며 “자동차나 뜨락또르도 녹은 거름이 적재함에 달라붙기 때문에 실어 나르는 게 곤란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애초 ‘새해 첫 전투’ 기간에 자동차나 뜨락또르를 이용해 거름을 생산할 수 있도록 국가가 휘발유나 디젤유를 공급해 주었다면 지금과 같은 (낮은) 거름 생산 실적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봄철이나 여름철엔 날씨가 덥고 비가 내리는 등 여러가지 요인들로 인해 거름 생산이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