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폭설로 열차 운행이 중단되자 군인들과 함께 고모부의 집에 들른 조카가 고모와 고모부를 살해하고 도주한 사건이 양강도 운흥군 심포리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폭설로 열차 운행이 중단되자 집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28살의 젊은 조카가 근처 고모부의 집에 들렀다가 고모부 부부를 살해한 후 가축까지 잡아먹고 도주한 사건이 양강도 운흥군 심포리에서 발생했다고 복수의 양강도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8일 “날씨가 추워지던 지난달 30일부터 31일 사이, 길주 이남 지역에 많은 눈이 내렸다”며 “이로 인해 8일까지 평양-혜산 사이 열차 운행이 중단되면서 많은 사건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사건 사고 중에는 군인들과 함께 고모부의 집에 들린 어린 조카가 고모부 부부를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며 “체포된 군인들과 조카는 운흥군 안전부에 구류되어 있다가 열차운행이 재개되자 조사를 위해 평양에 있는 국가보위성 본부로 호송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사건은 지난 3일 밤에 발생했으나 사람들을 입을 거쳐 이제야 (양강도 소재지인) 혜산시에 알려지게 되었다”며 “사건의 내막을 알게 된 사람들은 ‘요즘 왜 이렇게 고모부 살인이 많냐?’, ‘조카는 절대 집에 들이지 말라’는 말을 한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조카가 고모부를 살해한 사건은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2년, 삼수군에서 발생했고 지난해 9월에는 풍서군 서창리에서도 발생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며 “김정은이 고모부 장성택을 잔인하게 살해했으니 젊은이들도 고모부를 경시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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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 사법기관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9일 “살인을 저지른 범인들은 백암군 양흥노동자구에 사는 조카와 그곳에 주둔하고 있는 8총국 군인들”이라며 “범인들은 길주군과 운흥군을 오가며 밀수품인 니켈을 날랐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범인인 조카가 길주연결농기계공장(군수공장)에서 노동자들이 빼돌린 니켈을 거둬들이면 군인들이 열차로 운흥군까지 운반했다”며 “운반해 온 니켈은 운흥군 대오천노동자구에서 밀수꾼들에게 넘겨주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밀수품은 혜산시까지 운반하여야 하는데 혜산시는 국경연선이어서 검열이 심해 근처인 대오천노동자구까지 오갔다”며 “대오천노동자구로 올 때엔 니켈을 가지고 오고 길주군으로 갈 때엔 중국 담배와 화장품을 가지고 갔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범인은 항상 군인들과 동행했는데 군인들은 경무관(헌병)들만 검열할 수 있어 밀수품을 운반하기에 적합했기 때문”이라며 “체포된 군인들은 백암군 양흥노동자구에 주둔하고 있는 10군단 후방부의 소대장과 분대장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이들의 살인은 계획된 범죄가 아닌 우발적 살인이었다”며 “열차운행이 갑자기 중단되자 돈을 아끼기 위해 동행하던 군인들과 주변에 있는 고모의 집에 들렸는데 고모부가 군인들은 거둬주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싸움이 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먼저 주먹을 든 것은 고모부였다”며 “고모부의 주먹질에 화가 난 조카가 빨래 방치(방망이)로 고모부를 내리쳤고 싸움을 말리던 고모까지 죽였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범인들은 살인을 저지른 후 집에서 키우던 개를 잡아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새벽에 남은 개고기와 술, 쌀을 가지고 도주했다”며 “하지만 일건노동자구 입구에 있는 ‘10호 초소’에서 사민(민간인)인 젊은 조카가 보위원들에게 걸려 체포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군인들과 동행하는 민간인의 배낭에서 술과 고기, 쌀까지 나오자 이를 의심한 보위원들이 체포해 조사하게 되었다”며 “조사 과정에 이들이 살인을 저질렀음이 드러나게 되었다”고 소식통은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살인은 우발적이었지만 살인 이후의 행동이 충격적이어서 사회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