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러시아 관광객들 사진촬영 부분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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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극심한 외화부족을 겪고 있는 북한이 외국인 관광 확대를 위해 북한을 방문하는 러시아 관광객들의 사진 및 동영상 촬영을 부분적으로 허용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인의 북한 관광은 지난 2월 코로나 19 이후 처음으로 97명의 러시아 관광객이 비행기로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해 평양과 마식령 스키장 등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됐습니다. 이후 지난 7월부터는 열차로 북한에 들어가 나선, 청진, 경성, 칠보산 등을 방문하는 지역 관광도 시작됐습니다.

나선시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3일 “지난 6월 말 당국이 평양과 지방을 방문하는 러시아 관광객들의 사진 및 동영상 촬영을 통제하지 말 데 대해 지시했다”며 “며칠 전 두만강관광사에 다니는 친구한테서 들은 내용”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시 내용은 러시아 관광객들이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는 경우 김부자 동상을 정중히 찍지 않거나, 외부에 알려지지 말아야 할 내용을 찍거나, 고의적으로 낙후한 모습만 골라 찍지 않는 한 통제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내에서 외국인의 촬영은 엄격한 통제를 받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김부자 동상을 찍는 경우 동상 허리나 일부분이 잘리거나 삐뚤게 찍으면 절대 안되며 군인, 안전원 등 제복을 입은 사람을 찍으려면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또 일하는 노동자, 남루한 복장을 한 주민 등 (북한에 대한) 나쁜 인상을 주는 사진도 찍을 수 없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당국은 러시아 사람들의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을 무작정 막진 말 데 계속 살필 데 대해 당부했다”며 “나쁜 목적을 가지고 촬영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즉시 촬영을 제지시키고 인솔 책임자나 보위지도원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평양을 제외한 지방은 관광지나 정해진 참관지가 아닌 다른 곳에서의 촬영이 철저히 통제되었다”며 “이번 지시가 평양과 너무 다른 지방의 모습도 찍도록 어느정도 허용하는 것이어서 관련 내용을 전달받는 두만강관광사 직원들도 많이 놀랐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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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관광객 북한 라선시로 기차여행 떠나는 러시아 관광객 [보스토크 인투르 텔레그램 캡처] /연합뉴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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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다른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같은 날 “올해 7월 이후 러시아 사람들이 몇 차례 소규모로 청진, 나진, 경성, 칠보산 등을 관광했다”며 “이를 앞두고 당국이 관광지나 참관지가 아닌 곳에서 길거리 풍경이나 주민들의 모습을 촬영해도 무작정 막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당국의 조치로 올여름과 가을 칠보산여행사 직원들이 동해안 지역을 돌아보는 러시아 관광객들의 사진 및 동영상 촬영을 이전처럼 엄하게 통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관광객이 군부대와 군인, 부정적인 모습 등만 찍지 않는지 계속 살펴야 한다”며 “특히 나진이나 어랑에서 칠보산까지 버스로 이동하는 과정에 동영상을 찍는 관광객이 있다면 전 기간 경각심을 가지고 그 사람을 살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결과적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의 지방 모습 촬영을 완전히 허용한 것은 절대 아니”라며 “촬영만 약간 완화해주었을 뿐 외국인이 일반 주민을 만나거나 대화할 수 없는 건 여전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지금까지 엄격히 제한하던 외국인의 지방 모습 촬영까지 완화하는 조치가 최근 급격히 가까워지고 있는 러시아 사람에만 해당되는 것인지, 아니면 앞으로 러시아 외 다른 나라 관광객에도 모두 적용되는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는 올해 초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돌아간 러시아 관광객들의 불만을 고려해 향후 관광을 더욱 확대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지난 12월 16일부터 러시아 하산역과 북한 두만강역을 오가는 여객열차(주3회월, 수, 금) 운행이 개시됐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