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올해 북한 동해안에서 오징어(북한에서 낙지라 부르는 오징어) 잡이가 일찍 시작됐지만 어부들의 안색은 어둡습니다. 생산량이 시원치 않은 데다 해산물 가격에 비해 고기잡이 배에 필요한 기름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오징어는 북한 동해안 지역 가정 생계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어족입니다. 그래서 오징어 잡이가 한창인 7월부터 10월초까지 어부는 물론 많은 일반 남성들이 생계를 위해 오징어잡이를 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올해 동해에서 오징어 잡이가 일찍 시작되었다”며 “생산량이 많지 않은데다 기름 값이 비싸 어부들의 얼굴이 밝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더운 날씨 탓인지 다른 때보다 올해에 낙지(오징어)잡이가 빨리 시작되었다”면서 “사회 수산사업소, 군부대 수산사업소, 수산협동조합 등에 소속된 배들이 오징어 잡이에 나섰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7월이 되어야 큰 낙지가 잡히고 지금은 작은 총알 낙지(작은 오징어를 부르는 말)가 잡히는데 생산량이 별로 시원치 않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무슨 영문인지 가까운 바다에는(육지로부터 20km 정도로 북한의 작은 어선으로 3~5시간 나가야하는 거리) 낙지가 없다”며 “낙지를 많이 잡자면 먼바다에 나가야 하는데 그럴 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배가 먼바다에 나가 며칠씩 있으면서 오징어를 잡으면 좋은데 당국이 먼 바다에 가지 못하게 하고 바다에 며칠씩 머무는 것도 통제한다는 겁니다. 결국 오징어는 많이 잡지 못하면서 매일 바다와 항구를 오가다 보니 기름만 소비한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현재 김책 바닷가 주변에서 디젤유 1리터 가격이 (내화) 1만 5천~1만 6천원(미화 1~1.06달러)인데 낙지 가격은 1kg에 2,000(미화 0.13달러)원 정도로 기름값 대비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에 의하면 28마력 어선의 경우 한번 출항할 때 보통 기름 60리터 정도 준비하는데 이는 북한 돈 90만원(미화 60달러)에 해당합니다. 이 기름값을 뽑자면 오징어 450kg 이상 잡아야 하는데 한번 출항해 그렇게 잡지 못한다는 설명입니다.
같은 날 나선시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당국이 어부들이 잡은 낙지를 시장에서 팔지 못하게 하는 것도 문제“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당국이 어부들이 잡아온 수산물(해산물)을 수산물 (국영) 상점에 그대로 넘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낙지를 수산물 상점에 넘기면 본전이나 겨우 건지는 수준인데다 그 자리에서 맞돈(대금)을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국영이 아닌 수산협동조합에 속한 배도 잡은 오징어를 수산물 상점을 통해 팔아야 하는데 대금을 당일에 받지 못하면 다음 출항에 필요한 기름 보충과 그물 교체를 제대로 할 수 없어 오징어 잡이에 차질이 생긴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일부 어부들이 부두에서 개인들에게 낙지를 몰래 팔아 넘기기도 하지만 주변 시선이 있어 생산물의 대부분을 상점에 넘긴다”며“그러면 어부가 손에 쥐는게 별로 없지만 그래도 오늘은 어창에 가득 채울 정도로 낙지를 많이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바다에 나간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주 나선에서 외화 환율이 1달러에 최고 (국돈) 1만 8천원까지 올라 전달에 비해 5천원 더 비싸졌다”며“요즘 달러가 계속 오르고 있어 기름값도 따라 오를 게 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계속해서 어부들이 야매(시장)가격으로 사는 기름 값은 자본주의이고, 수산물상점에 넘겨야 하는 물고기 값은 사회주의인 셈이라며“현실과 맞지 않는 당국의 지침에 어부들의 불만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