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명 변경 오라스콤 “북 이동통신 사업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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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에서 손전화 사업을 하는 이집트의 통신회사가 최근 회사명을 오라스콤 투자사로 변경하며 새로운 경영 방향을 제시했지만 북한에서의 통신 사업은 계속 유지한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김진국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손전화 사업 철수설이 돌던 이집트의 통신회사 오라스콤이 지난달 회사 이름을 오라스콤 통신언론기술지주회사(OTMT: Orascom Telecom Media and Technology Holding)에서 오라스콤투자지주회사(OIH: Orascom Investment Holding)으로 바꿨습니다.

지난 7월 18일 이 회사의 투자자들에게 발송된 편지를 보면, 올해 4월 열린 이사회에서 회사 이름 변경이 논의됐고 이날부터 새로운 이름으로 사업을 진행한다고 나와있습니다.

통신과 언론, 기술을 강조하던 이름을 투자 쪽으로 확대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에서 ‘고려링크’라는 이름으로 이동통신 사업을 하고 있는 오라스콤이 지난 2016년 12월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의 대북제재의 영향으로 북한 내 금융 자회사인 오라뱅크를 폐쇄하자, 이후 북한 사업 철수설이 확산됐습니다.

북한에 가해지고 있는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로 인한 고려링크 운영의 어려움과 북한 당국의 각종 규제로 인해 북한 내에서 벌어들인 수익금을 밖으로 가져 나올 수가 없는 형편이라면서 오라스콤이 북한 내 사업을 정리할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입수한 오라스콤의 2018년 1/4분기 투자자 보고용 회계자료에 따르면 오라스콤은 북한 내 손전화 사업을 중단하지 않았습니다.

이 자료에는 북한 은행에 입금한 1억 3천 345만 7천 이집트 파운드를 비롯해 총 1천 500만 달러의 고려링크 관련 자산이 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이는 지난해 12월 31일 회계보고 당시 수치와 거의 일치합니다.

오라스콤의 올해 1분기 회계자료는 이 회사가 고려링크의 지분 75%를 소유하고 있지만 자회사가 아닌 합영회사(joint venture) 형태로 전환한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경제 사정에 밝은 WFG 국제금융거래연구원의 로셀 스미스 연구원은 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오라스콤이 국제제재와 북한 내 기업활동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결국 북한 당국에 이용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스미스 연구원 : (고려링크의) 오라스콤이 북한 내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직간접적으로 사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추가 투자를 할 수도, 사업을 접고 빠져나올 수도 없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스미스 연구원은 과거 태국의 록슬리 통신회사와 싱가포르의 소기업들이 북한과 계약을 체결했지만 대금을 못 받은 적이 있었다면서 오라스콤도 북한 투자에 실패한 외국회사의 길을 밟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