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국영농장, 수익성 위해 알곡 대신 과일 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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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의 일부 국영농장이 알곡 농사 대신 수익성이 높은 과일을 재배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농장간부들이 알곡을 심어야 할 농경지에 수박, 오이 등 과일과 채소를 재배해 시장가격으로 판매함으로써 영농자금을 확보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황해북도의 한 소식통은 16일 “요즘 황해북도 사리원 국영농장이 농경지에서 재배한 여름철 수박을 수확해 장마당 가격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면서 “새벽부터 농장 수박밭에는 수박을 넘겨받으려는 평양의 고급 식당들과 시장 상인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금까지 오이, 고추같은 채소는 국가생산지표에 따라 국영 남새종합협동농장에서 전담 재배해 당국의 지시에 따라 특별 공급해왔다”면서 “알곡만 재배하던 국영농장에서 작물지표를 자체로 변경하고 전체 농경지의 30% 정도에 해당하는 밭에 수익성이 높은 수박을 재배해 현금수익을 올리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몇 년 전부터 이 농장은 100평 정도의 밭에 온실을 짓고 딸기, 수박 등 과일을 재배하면서 과일 재배 경험을 쌓아왔다”면서 “이런 과정을 통해 농장 간부들은 알곡재배보다 채소와 과일을 재배하는 것이 수익성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알곡생산에 필요한 영농자금 확보방안으로 과일 농사를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황해북도는 북쪽 지역보다 따뜻하고 토질도 부드러워 수박같은 과일 농사가 잘되고 수박 맛도 좋아 이를 사겠다는 장사꾼이 많다”면서 “현재 농장 밭에서 직거래되는 수박 한 키로 가격은 내화 800원이고 장마당에서 소매되는 가격은 1500~2000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황해남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김정은시대 들어서 개정된 농장법에 따르면 중앙지표로 내려온 알곡생산계획을 현물로 국가에 바칠 수만 있다면 국영농장들은 자체로 수익이 높은 작물을 농장지표로 계획하고 재배할 수 있게 되어 있다”면서 “이 법은 지난해부터 국영농장들에 적용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중앙에서는 농장이 자체 농장지표(생산계획)로 생산한 농산품에 대해서는 농장 스스로 가격을 정하고 판매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했다”면서 “농장간부들에게 자율성은 주어졌지만, 국가가 정한 정보당 알곡수확량을 현물로 바치지 못하는 경우, 당적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사정이 이렇다 보니 농장간부들은 가격이 높고 수요가 많은 과일이나 땅콩을 심고 사이그루(농작물 사이에)로 고추를 심어 이모작, 삼모작을 통해 어떻게 하나 정보당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