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북한 각 지방에 표준화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종합 약국이 건설되고 있습니다. 건물은 번듯하게 세웠지만 이 약국에도 주민들에게 필요한 약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입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표준약국’ 건설은 평양시 모란봉구역 24시 종합 약국을 시범으로 시작됐습니다. 약품과 의료용품 판매, 기초 검사, 상담 및 처방, 약품 제조와 보관 등의 봉사(서비스)를 종합적으로 표준화한 약국으로 전국 시, 군에 건설한다는 계획입니다.
나선시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7일 “최근 나진과 선봉에 종합 약국이 새로 건설돼 문을 열었다”며 “표준화된 약국에 대한 당국의 선전이 하도 요란해 기대가 컸는데 약국에 가보고 실망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나선시는 1993년 당시 나진시와 선봉군을 합쳐 자유무역지대를 만들면서 생겨난 행정구역입니다. 현재 나선시는 나진 구역과 선봉 구역으로 나눠져 있어 각 구역마다 하나씩, 표준 약국이 건설됐습니다.
소식통은 “’표준약국’이 건설되면 고려약(한약), 신약(양약), 건강식품뿐 아니라 간단한 의료 기구도 판매한다고 했는데 정작 가보니 지방 고려약 공장들에서 만든 효과가 좋지 않아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고려약만 가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엔 약보다 국산 약이 못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그나마 신약(양약)은 국내에 몇 안 되는 비교적 큰 제약공장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믿을 수 있지만 고려약(한약)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약은 과거 유엔 등 국제단체들이 북한에 지원한 결핵 약을 비롯한 다양한 약이 장마당에서 팔리며 붙은 이름으로 외국에서 들어온 약을 통칭해 부르는 이름입니다. 특히 고려약은 보통 각 지방에 있는 영예군인공장이나 고려약공장 등 작은 공장에서 생산되는 데 약효는 물론이고 위생적으로 생산되지 않아 물정을 아는 사람은 절대 쓰지 않는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판매원에게 페니실린을 살 수 있는가 물어봤더니 진열품밖에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며 “문을 연 며칠은 해열진통제나 소화제 같은 대중이 많이 찾는 신약(양약)이 있었다고 하는데 며칠 사이, 약이 다 떨어진 것 같았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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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자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코로나 감염병 사태를 겪은 후 달라진 게 있다면 전국에 ‘표준약국’이 건설되고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약국이 건물만 번듯할 뿐 내용은 없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얼마 전 강계시에 ‘표준약국’이 새로 건설돼 문을 열었다”며 “길을 가다가 호기심에 들어가 봤는데 해열제, 진통제, 항생제 등 사람들이 많이 찾는 신약(양약)은 없고 다양한 이름을 붙인 물약과, 우황청심환 같은 고려약(한약)만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포장을 멋있게 한 네오비아그라, 청활 같은 정력 부활제(성기능촉진제)가 눈에 많이 띄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필요한 약도 없고 집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표준약국을 이용할 생각이 없다”며 “집에서 약국까지 걸어서 20분이 걸리는데 힘들게 거기까지 가는 것보다 동네에 있는 약장사를 찾아가는 게 더 편하다”고 말했습니다.
대부분이 의사 출신인 약장사가 간단한 의료기구를 통해 병 상태를 진단하고 그에 맞는 약을 팔기 때문에 멀리 약국에 가서 처방을 받아 약을 사는 것보다 편리하다는 설명입니다.
현재북한에서는 약장사한테 가도 양약이 부족한것으로알려졌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북한의 일부 무역회사들이 양약을 수입하기도 했고 러시아, 인도 등 해외에 나간 사람들이 돈벌이를 위해 현지에서 약을 구입해 북한으로 많이 들여간것으로알려졌습니다.
그는 “당국이 뭘 하는 걸 보면 항상 시작은 요란한데 실속이 없다”며 “도 소재지에 있는 표준약국이 이 수준이니 도내 각 군에 건설될 약국이 어떨지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에서 의약품은 보건성 중앙의약품관리소에서 도의약품관리소, 시, 군 의약품관리소를 거쳐 지역의 병원과 진료소에 보급되는 체계입니다. 지금까지 의약품 절대 부족으로 이 같은 체계가 원활히 운영되지 못해왔습니다. 소식통은 각 시, 군의 표준약국을 해당 지역의 의약품관리소가 맡아 운영하고 있는데 의약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