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주재 북 대사관, 30년째 불법 임대업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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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폴란드(뽈스까) 주재 북한 대사관의 불법 임대업이 30년째 지속되고 있습니다. 폴란드 외무부는 국제법 준수를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9일 폴란드 주재 북한 대사관의 임대현황을 확인해 본 결과, 최소 2곳의 사업체가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 위치한 북 대사관 건물 중 일부 공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북한 대사관 건물에서 운영되고 있는 사업체는 음악 녹음실과 광고 대행업체로, 불법 대여 여부를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의에 두 업체 모두 “아는 것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북한은 1966년 폴란드 정부와 협정을 맺고 축구장 두개 정도의 크기에 해당하는 만 5천5백 제곱미터의 공관 부지를 무상 제공받았습니다.

폴란드 내 북한 대사관은 6층 높이의 1개동과 2층 높이의 건물 각각 1개동씩 모두 3개동으로 이뤄져 있는데, 1개동만 대사관 공간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2개동은 임대하는 방식으로 불법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 같은 북한 대사관의 불법 임대업은 외교 공관의 상업적 이용을 금지한 비엔나 협약과 외교와 영사 활동 외에 공관 건물 사용을 금지한 유엔 결의 위반에 해당합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해 2016년 11월에 대북제재 결의 2321호를 채택하고 “북한이 소유한 해외공관을 외교 및 영사 활동 이외 목적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규정한 바 있습니다.

북한은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던 즈임인 1992년부터 각국 북 대사관에서 불법 임대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2019년 폴란드 외무부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 대사관의 임대 업무를 중단하려는 여러가지 조치를 취했다”며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실제 당시 북한 대사관 측이 10여개 업체에 건물 공간을 임대했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그 수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보이지만, 국제법과 유엔 결의를 무시한 북한 측의 불법 임대업이 폴란드 수도 한복판 치외법권 지역에서 여전히 자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폴란드 지역의 나이트클럽에 폐쇄조치가 내려졌던 2020년 말 북한 대사관 건물에서 수백명이 참가한 파티가 열려 지역 사회에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 등은 지난 해 3월 북한 대사관 앞에서 규탄 시위를 개최해서 치외법권이 적용되는 북한 대사관에서 파티를 개최한 주체 측을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시위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당시 폴란드 비영리 매체인 ‘오코 프레스’(OKO.Press)와 인터뷰에서 “200~300명의 사람들이 북한 대사관에 모여 파티를 즐기고 있어 바이러스 감염 확산이 우려되지만 치외법권 지역이기 때문에 경찰이 개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에 대해 폴란드 외무부는 2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폴란드 외무부는 국제법에 따른 의무와 약속을 매우 중시하며, 폴란드에 주재하는 외국 공관과 관련된 규정을 준수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외교 면책특권을 포함해 국제법 위반으로 추정되는 사항은 중요한 고려 대상이며, 외무부 및 기타 관련 당국과 조율해 처리한다”고 밝혔습니다. (The Ministry of Foreign Affairs of the Republic of Poland attaches great importance to obligations and commitments arising from international law, and undertakes all measures at its disposal to ensure compliance, including as regards foreign missions based in Poland. Presumed infringements of international law, including diplomatic privileges and immunities, are given the highest consideration and are addressed by the Ministry and other relevant authorities in a coordinated manner.)

한편 북한이 대사관을 불법 영리활동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은 폴란드 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독일 내 북한 대사관에서는 지난 2020년 5월 독일 법원의 최종 판결로 폐쇄가 결정된 ‘시티 호스텔 베를린’을 활용한 불법 영리활동이 계속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함부르크무역관은 지난 7일 “북한이 외화 획득을 위해 여전히 호스텔 건물을 활용한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폐쇄 조치가 내려진 호스텔 앞에 약 2미터 높이의 강철 울타리가 새롭게 세워졌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7년부터 대사관 건물 일부를 호스텔 운영사 ‘EGI GmbH’에 임대해 여기서 발생한 수익을 챙겨 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독일 외무부는 북한 대사관의 불법 영리활동에 대해 묻는 자유아시아방송(RFA) 질의에 29일 오후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기자 조진우,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