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평안도 일대 개인 텃밭에서 올감자(이른 감자)가 한창 여무는 가운데, 생계형 올감자 도둑이 강도로 돌변하는 사례도 있다는 소식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손혜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주민들의 만성적인 식량난은 보릿고개(4~6월) 시기가 가장 심한데, 하지(6.21)가 지나면 조금 나아집니다. 개인 텃밭과 퇴기 밭에 심어놓은 올감자가 여물어 식량대용으로 수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평안북도 용천군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하지(6.21)가 지나면 텃밭에 심어놓은 올감자를 수확해 가족의 식량을 해결하나 했더니 지난주 도둑이 절반 나마(가량) 캐갔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하루 밤 사이에 여물지도 않은 텃밭 올감자를 절반 나마 도둑맞고, 나머지라도 지키려고 식구들이 교대로 새벽 4시까지 경비를 섰는데도 어제 또 도둑을 맞았다”며 “날이 밝기 전 캐 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동네에서 올감자를 도둑맞은 집은 하루에도 몇 집”이라며 “작년에는 군인들이 몰래 감자를 도둑질 해갔는데, 올해는 3~4명 조를 지어 호미와 마대를 메고 다니며 올감자가 잘된 밭이 보이면 경비를 서는 주민이 있어도 그를 위협하고 올감자를 캐 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평안북도에 주둔하고 있는 수만 여명의 국경경비대 군인들은 열악한 식사로 만성적인 배고픔에 시달리다 보니 올감자나 옥수수가 여물기 시작하면 민가로 내려와 도둑질 하는 것이 일상사입니다. 하지만 올해처럼 강도 행각을 하며 올감자를 도둑질 해가는 모습에 동네 사람들은 자기 밭이 아니면 무서워 말도 제대로 못한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이와 관련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6월에 들어서 덕천 사람들도 개인 텃밭에 심어놓은 올감자가 한창 여물어 하지가 지나면 가족들에게 올감자라도 먹여줄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하지만 길거리에서 방랑하는 아이들이 밤이면 몰래 개인 살림집 텃밭에 들어와 한창 여무는 올감자 포기를 마구 쑤셔 캐 가는 바람에 아침 날만 밝으면 올감자 도둑에 동네가 소란하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이어 “살림집 텃밭 올감자 경비를 서고 있지만, 길거리에서 방랑하는 아이들이 손에 흉기를 들고 무리 지어 달려들면 소리도 제대로 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올감자 도둑은 작년에도 있었지만 올해처럼 아이들까지 강도 행세를 하며 감자를 훔쳐가는 일은 드물었다”며 “이에 (일부) 주민들은 군인도 아이도 당국이 도둑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탄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