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가을 주민들에게 매년 하던 감자 배급을 전혀 주지 못한 양강도 대홍단군에서 올봄 이후 아사자가 발생하면서 그 책임 소재에 대해 군 주민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양강도의 대홍단군은 군 전체가 감자연구소를 갖춘 대형 감자전문농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작 면적이 넓고 그동안 농사가 잘 되어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시기’에도 전국에서 유일하게 감자배급을 준 지역인데 작년에는 배급을 주지 못해 최근 아사자까지 발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홍단군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은 1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요즘 군내 주민들 속에서 군당책임비서에 대한 불만이 자자하다”면서 “당에서 작년에 일 잘하는 모범일꾼이라며 대홍단군 책임비서를 새로 발령했지만 오히려 (감자)농사가 더 안 되었기 때문”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대홍단군 책임비서로 새로 발령된 간부의 이름은 ‘우황호’”라면서 “그런데 군당책임비서가 새로 오고 농사가 안되고 배급을 주지 못하게 되자 주민들은 당에서 ‘우환거리’를 보냈다며 비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대홍단군은 전국 최대의 감자농장 지역으로 12개 리마다 분장(농장 하위단위)이 있다”면서 “백두산 화산지대로 경작지 토질이 전부 부석(화산재)으로 되어 있어 적절한 강수량과 비료 등 적기적작의 농법이 우선되어야 감자농사가 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하지만 지난해에는 감자 씨붙임 시기에 코로나사태가 악화되면서 감자파종을 할 농촌지원노력(노동력)이 많이 부족했다”면서 “게다가 중국과의 국경봉쇄로 비료수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가뭄까지 겹쳐 감자농사를 망치게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홍단군에서 요즘 가족단위의 아사 사건이 여러건 발생하자 주민들은 그 책임을 군당책임비서에 돌리고 있다”면서 “하지만 일부에서는 배급을 주지 못한 게 일개 군당책임비서의 잘못이냐며 당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고 그는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 혜산시의 한 주민소식통(신변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도 14일 “요즘 대홍단군에서 책임비서를 해임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불거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일부에서는 위기시기의 책임은 전적으로 (책임비서가 아니라) 당과 국가가 져야 한다며 (중앙) 당국의 농사정책을 비난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해 새 군당책임비서가 배치되고 나서 대홍단군에서 처음으로 감자배급이 없었다”면서 “새로 책임비서가 왔지만 코로나악화와 지원노력의 부족, 비료부족, 게다가 자연기후의 악영향으로 인해 감사농사를 망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식량이 없어 수백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한 1990년대의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대홍단군에서는 감자배급을 주었다”면서 “김정일은 생전에 대홍단군을 찾을 때마다 전기와 식량을 풀어주었는데 김정은 시대에 와서 대홍단군에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주민들은 중앙에서 유능한 일꾼을 보낸다더니 ‘우환거리’를 보냈다며 당국이 처사를 조롱한다”면서 “반면 일부에서는 당과 수령은 왜 존재하냐며 군당일꾼을 탓할게 아니라 책임질 사람은 따로 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