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시, 21년 만의 강추위에 프로판 가스공급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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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최근 북한 평양에서 취사용 프로판 가스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간부들과 돈주 등 상류층도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양강도 혜산시에 사는 주민을 통해 연결된 평양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25일 “요즘 평양시에 프로판 가스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가스곤로(가스레인지)를 사용하는 특권을 누리던 간부들과 돈주들이 아우성이다”라며 “애당초 가스 곤로를 사용할 수 없는 일반 주민들은 간부들과 돈주들이 가스부족으로 겪는 불편을 두고 깨고소해(고소해)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1970년대 후반부터 중앙당 간부들을 비롯한 높은 간부들에게는 가정용 프로판가스가 공급되었다”며 “평양시 각 구역 연료사업소가 동마다 ‘석유 가스 공급소’를 차리고 일반 주민 가정에는 석유, 높은 간부 가정에는 가스를 공급했는데 ‘고난의 행군’ 이후 일반주민을 위한 석유공급은 완전히 없어지고 간부들을 위한 가스 공급만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2000년 이후 일부 무역회사들이 중국에서 프로판 가스를 들여와 판매하면서 중간급 간부나 돈주를 비롯해 가스곤로를 사용하는 사람이 대폭 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중앙당을 비롯한 높은 간부들은 6개월간 사용할 수 있는 큰 가스통을 이용하지만 일반 간부들이나 돈주들은 20kg짜리 가스통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며 “가스를 정말 아껴 써야 4식구가 20kg짜리 가스통 하나로 두 달을 버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가스 공급 부족은 봉화화학공장에서 가스를 충분히 생산하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워낙 열악한 도로상황에다 최근 연이어 내린 눈과 추위로 도로가 얼어붙어 가스통을 운반하는 차들이 이동에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북한 당국이 평양시에 공급하는 프로판 가스는 1975년 중국의 원조로 평안북도 피현군 백마지구에 건설된 봉화화학공장에서 주로 나옵니다. 봉화화학공장은 지하 송유관을 통해 중국에서 원유를 받을 수 있으며 연 150만톤의 원유 처리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양강도, 평안북도, 함경북도 등 북중 접경지역에서도 일부 기관, 회사들이 중국에서 프로판 가스를 들여와 판매했으나 코로나 감염병 사태로 국경이 차단되면서 지방주민들의 가스 사용은 모두 중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평양시의 또 다른 주민은 같은 날 “요즘 가정용 가스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간부와 돈주 가족들이 애를 먹고 있다”며 “처음부터 가스를 사용할 수 없는 일반 주민들에게는 전혀 상관없는 문제이다”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많은 사람들이 가스 공급이 오랫동안 끊겨 간부와 돈주들이 골탕을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중앙 온수난방 공급이 잘되는 평천구역에 사는 직장 친구의 옆집이 간부인데 가스가 떨어져 구멍탄을 때는 친구의 집에 찾아와 구멍탄 값을 내고 밥을 짓는 등 취사를 해결하고 있다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전에는 가스 사용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많았지만 부엌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고 요리하기도 편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누구나 가스 곤로를 쓰기를 원한다”며 “나도 연료공급소에 여러 번 찾아가 가스 사용 신청을 하려했으나 공급되는 가스 양이 정해져 있어 대상자를 더이상 늘일(늘릴)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우리 아파트만 보더라도 가스곤로를 사용해 밥을 하던 두 집이 구멍탄을 때 밥을 하는 구멍탄 화로를 설치하느라 분주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