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일부 식당, ‘비밀방’ 운영으로 돈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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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코로나 감염병 사태로 손님이 줄어 운영에 애를 먹고 있는 북한 일부 식당들이 남녀 커플을 위한 안방을 따로 만들어 돈벌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3년간 국경이 봉쇄되고 이동이 통제되는 등 당국의 통제로 시장에서의 장사는 물론 식당들도 손님이 줄어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일부 식당들이 8.3 부부(불륜커플)나 청춘 남녀들을 위한 비밀 안방을 운영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4일 “요즘 청진 시내 중심부에 있는 유명 식당을 비롯한 대부분 식당들이 손님이 줄어 한산하다”며 “일부 식당들은 손님을 끌기 위해 안방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국내 거의 모든 식당은 국정 가격이 아닌 시장 가격으로 운영해 돈을 벌어 현금 계획을 수행하고 종업원들에게 월급도 주고 있다”며 “요즘은 종업원 월급은 커녕 국가 계획도 수행하기 힘들어 식당 책임자들이 정말 고민이 크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안방은 대체로 식당 안쪽 구석에 있다”며 “탈의실이나 식자재를 보관하던 방에 식탁을 놓아 개별 식사실처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식당 직원들은 청춘남녀나 8.3 부부, 애인(연인) 관계로 보이는 남녀 손님이 오면 조용히 안방으로 안내하고 있다”며 “음식이 나간 후 손님이 찾기 전에는 접대원(음식 나르는 직원)도 안방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젊은 여자를 데리고 오는 남자는 보통 돈이 좀 있는 사람으로 일반 손님보다 비싼 음식을 찾으며 맥주 등 술도 많이 먹는다”며 “돈을 잘 쓰는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끌기 위해 식당들이 비밀 안방을 꾸려 제공하는 것”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이전에도 식당, 목욕탕, 노래연습장 등 일부 사회봉사단위들이 개별 방을 꾸려 운영해왔습니다. 비사회주의 행위에 대한 당국의 단속과 통제가 강화되면서 한때 쑥 들어갔던 비밀방이 최근 다시 등장하고 있다는 겁니다.

같은 날 함경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신포에서도 몇몇 식당들이 안쪽에 개별 방을 꾸려 운영하고 있다”며 “내가 직접 안방을 체험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주 신포에 갔다가 점심 먹으러 식당에 갔는데 접대원이 우리를 안쪽에 있는 방으로 안내했다”며 “식탁 하나 밖에 없는 작은 방이었지만 드나드는 사람이 없어 사업이나 비밀적인 이야기를 하기는 좋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음식가격이 좀 비싼 느낌이 들었지만 같이 간 상대가 거래 대방(여성)이라 체면을 생각해 따지지 않았다”며 “나오면서 보니 직원이 또 다른 젊은 남녀 손님을 안방으로 안내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식당들이 남녀 단둘이 오거나 연인 사이로 보이는 청춘 남녀들을 안방에 안내하고는 음식과 요리가격을 일반 손님보다 비싸게 받는다는 설명입니다.

소식통은 “국가계획은 물론 직원들에게 줄 월급까지 벌어야 하는 식당들이 돈벌이가 안 되니 이런 오그랑수(꼼수)를 쓰고 있다”며 “음식 가격이 좀 비싸도 애인이나 8.3 부부 같은 남녀 손님들은 둘만 있을 수 있는 안방을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함경북도에 살다가 2019년 탈북한 정은주 씨는 북한 일부 식당들이 연인 관계인 남녀 손님들을 겨냥해 이전부터 안방을 꾸려 이용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정은주 : 내가 일하던 식당도 안쪽에 개별 식사실이 2개나 있었어요. 8.3 부부나 연인관계로 보이는 남녀 손님들에게 안내했어요. 8.3 부부는 딱 보면 알아요. 그런 사람들에게 안내하는 거지요. 음식이나 요리 가격도 2천원 정도 더 받았는데 한번 이용한 손님이 다시 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안방 손님들에게 인기가 있는 주요 요리에 가격을 더 올려 받았다는 겁니다.

정 씨가 일했던 식당의 경우 직원은 5명으로 책임자가 자기 돈으로 모든 음식재료를 구입해 식당을 운영했으며 현금으로 바치는 국가계획은 내화 1만원, 직원들은 보통 8~10만원 (약 9.7~12.2 달러)의 보수를 받았습니다. 각 식당의 국가계획 과제와 수입은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