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국, ‘제대군인 이탈 막아라’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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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최근 북한 당국이 탄광, 광산, 농촌 등에 집단 배치된 제대군인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사업을 잘 할 데 대한 지시를 내렸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직업 선택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 북한에서 학교 졸업생 및 제대군인들은 당국이 지정하는 공장, 기업소에 배치됩니다. 특히 군 복무를 마친 제대군인들이 고향이 아닌 타 지역의 탄광, 농촌 등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기업소 행정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이달 초 제대군인들과의 사업을 잘 할 데 대한 중앙의 지시가 포치되었다"며 "핵심 내용은 어렵고 힘든 부분에 집단 배치된 제대군인들의 이탈을 막으라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최근 몇 년째 당국이 공장 기업소 청년들이 어렵고 힘든 부분에 진출할 것을 강요하고있는 것과 동시에 제대군인들도 국가적으로 중요한 농촌, 탄광, 광산 등에 무리(집단)배치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자기가 태어난 고향보다 좋은 곳은 없다"며 "모든 게 낯선 외지 생활이 여러모로 쉽지 않은데 하루 3끼 한줌 정도의 강냉이 국수만 주는 공장 합숙의 생활조건이 열악한 게 제일 큰 문제이고 빈털터리인 제대군인이 결혼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현지 처녀와 결혼해 배치된 곳에 잘 정착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어떻게 해서라도 고향에 돌아가려 한다"며 "몇 년 전 60명의 제대군인이 배치된 명천지구탄광연합의 석성탄광의 경우 거의 절반이 빠져 나가 남아있는 사람이 40명도 채 안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계속해서 "빽(뒷배)을 동원하거나 뇌물을 써서 빠져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무작정 고향에 가서 돌아오지 않는 사람도 있다"며 우리 공장에도 고향으로 보내달라고 떼쓰면서 제대로 출근하지 않고 말썽을 부리는 제대 군인이 2명이나 있다고 밝혔습니다.

제대군인이 무단으로 출근 안 하는 대신 돈을 내거나 간부에게 뇌물 같은 걸 주지 않는 한 처벌 받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빠져나오려 하는 이유는 탄광촌나 농촌에 가면 자녀들까지 대대로 거기서 일해야 하기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남도의 다른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같은 날 "당국이 집단 배치된 제대군인들과의 사업을 잘해 이들을 잘 안착시키라고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지시에 일꾼들이 제대군인들의 생활에 관심을 돌려 그들의 어려움을 잘 헤아리고 결혼하면 집도 우선 해결해주라는 내용도 있지만 지방 형편을 보면 일반 노동자가 집을 받는게 너무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는 "집이 부족해 한 칸으로 된 독신자 합숙 한 방을 살림집으로 개조해 결혼한 제대군인에게 주는 곳이 많다"며 "그 마저도 늦게 결혼한 사람한테는 차려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아무리 외지에 무리 배치되어도 먹고 살아갈 걱정이 없다면 기어코 고향으로 가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장기간 군생활을 하며 고생한 청년들을 괜히 외지에 배치해 고생하게 하지 말고 제발 부모 곁으로 보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지역마다 다르긴 하지만 도시 여성의 경우 장기간 꽉 막힌 병영에서 통제된 명령식 집단생활을 해 사회생활경험, 장사 경험, 융통성 등이 없고 세상물정을 모른다는 이유로 과거처럼 제대군인을 적극적으로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