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중앙기관 은퇴 간부들도 생계난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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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북한에서는 평양의 중앙기관 간부들도 은퇴 후 심각한 생활고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상당한 자리에 있던 간부들도 퇴직하자 마자 다른 일거리를 찾지 못하면 생계유지가 힘들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시의 한 주민소식통은 1일 "요즘 평양시에서 은퇴한 고위 간부들이 곧바로 각종 편의봉사망에 등록하고 생계를 위해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간부로 은퇴한 사람들이 구두수선이나 우산수리, 라이터 가스충전 등 초보적인 봉사소를 차리고 일을 해야만 먹고 살 수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북한에서 은퇴연령은 보통 여성은 56세, 남성은 60세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식통은 "보통강구역에는 중앙기관에서 평생을 근무하다 은퇴한 고위간부가 신발수리소를 차리고 신발수리 일을 하면서 주변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면서 "자신이 얼마전까지 중앙기관의 꽤 중요한 자리에 있던 간부였다는 체면도 다 버리고 구두수리소에 나앉아 하루벌이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이 간부가 구두 수선으로 하루 벌어들이는 돈은 고작 하루치 식량 값에 불과하다"면서 "헤진 가죽 구두 한 짝을 수리하는데 내화 7,000원, 밑창을 갈아대면 1만원인데 그나마 손님이 별로 없어 하루 벌이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그나마 이 고위간부는 은퇴하자마자 신발수리소를 차릴 수 있어 뚜렷한 일거리를 잡지 못한 은퇴 간부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면서 "은퇴간부들은 그동안 중앙기관에서 근무하며 받던 식량과 물자 공급이 끊기게 되자 생계 대책이 없어 무척 당황해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기관의 간부들이 60대는 물론 50대 후반에만 이르면 은퇴 압박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적당한 때에 물러나지 않으면 사소한 결함을 트집잡아 해임이나 철직을 당할 수 있고 이럴 경우 주택을 몰수당하고 평양을 떠나야 하기 때문에 노년층 간부들은 미리 건강악화를 핑계로 은퇴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양시의 또 다른 주민소식통은 2일 "요즘 평양에서 은퇴한 간부들이 다시 일거리를 찾아 여기저기 알아보고 다니는 실정"이라면서 "평생 국가의 안정적인 공급을 받던 간부들이 은퇴 후 물자공급이 끊기자 자체로 생계 해결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은퇴한 고위간부들은 대부분 중앙기관과 사법기관들에서 근무한 사람들"이라면서 "김정은 집권 후 젊은 간부들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노골화되면서 요즘 노년층 간부들은 은퇴시기가 되기도 전에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요즘 노년층 간부들은 연로보장기한을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 과거 하찮은 직업으로 분류되던 편의봉사소에서 일거리를 찾고 있다"면서 "우산수리와 구두수선, 라이터 가스충전 같은 단순 노동으로 하루 벌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원래 각 기관 기업소 간부들은 은퇴할 경우 평생 동안 연로보장(연금)비를 받도록 제도화 되어있다"면서 "그런데 2000년대 초반 나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은퇴 간부들에 대한 연로보장이 하루 치 식량 값도 안 되게 지급되기 때문에 제 아무리 고위직 간부 출신이라도 뇌물을 받아 재산을 축적하지 않은 이상 생계 전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연로보장비는 직위에 따라 다른데 보통 매달 노동 관련은 1000원 정도, 박사급은 7000원까지도 받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이제 대부분 은퇴 간부들은 아예 기대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간부가 은퇴하면 그동안 살던 집을 내놓고 물과 전기공급도 잘 되지 않는 외곽지역의 아파트로 이사가야 한다"면서 "그가 중앙기관에서 평생 근무했다고 해도 은퇴하는 즉시 모든 공급이 끊기게 되면서 간부들은 당장 생계난에 몰리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사실 은퇴한 간부들은 대개 평생을 당과 수령을 위해 충성을 다한 충신들"이라면서 "하지만 사유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 이 나라에서는 간부가 직위에서 물러나면 곧바로 생계에 타격을 받기 때문에 다만 몇 푼이라도 벌기 위해 구두수선이나 우산수리일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김지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