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북, 한미훈련 이유로 쌀 지원 거부…공식입장 확인 중”

0:00 / 0:00

앵커 : 북한이 WFP, 즉 세계식량계획을 통한 한국의 쌀 지원 방침에 대해 거부 입장을 밝힌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6월 북한의 식량난 해결을 위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쌀 5만 톤을 WFP, 즉 세계식량계획을 통해 지원하겠다고 밝힌 한국 정부.

북한이 최근 이 같은 한국 정부의 쌀 지원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김은한 한국 통일부 부대변인 : WFP와 북한 간의 실무적인 협의 과정에서 북한 내부에 이러한 입장이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지금 한국 정부는 WFP를 통해 북한 측의 공식입장을 확인 중에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 주말 WFP로부터 관련 내용을 공유 받았다며 “WFP가 북한 측의 입장을 전달받은 직후 이를 한국 측에 알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WFP 평양사무소는 북한 외무성 담당자와 실무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이 같은 입장을 청취하고 한국 통일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쌀 수송선박 섭외 등의 절차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이 같은 입장이 확인되면서 당분간 쌀 수송 준비도 중단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현 상황에서 더 이상의 절차를 진행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이 최종 답변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확정 절차’를 진행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과거 한국 정부의 직접적인 대북 식량지원의 경우 남북 당국 간 협의 과정에서 무산된 사례가 있지만 WFP를 통한 간접 지원을 북한이 거부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이 같은 태도가 미북 비핵화 협상이 뜻대로 풀리지 않고 있는데 대한 불만 표출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지난달 판문점회동이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 낼 계기라고 판단했지만 미국이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식량 지원과 한미 연합훈련을 문제삼고 있다는 것입니다.

식량 지원과 한미 연합훈련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 북한이 원하는 것은 결국 미북 비핵화 협상을 통한 제재 해제 등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관철하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사실 한미 연합훈련보다는 비핵화 협상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대북제재 해제를 더 의도하고 있다고 봐야하는 것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비핵화 협상에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압박, 이것이 더 큰 의미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식량 지원이나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비난이 본질은 아닙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식량난이 여전히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쌀 지원까지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보면 북한에게 비핵화 협상이 얼마나 시급한 문제인지 알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인도적, 동포애적 견지에서 북한 주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식량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