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내 쌀 가격만으로 북한의 전반적인 식량상황을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21일 서울에서 열린 북한연구학회 춘계학술회의.
김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경제연구실 연구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쌀, 옥수수, 휘발유, 경유 등의 지난 2012년부터 2022년까지 북한 장마당 가격과 국제 시세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의 장마당에서 거래되는 식량과 석유제품은 국제시세 그리고 중국 내 가격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신형 코로나 사태 이후 북한 내 식량 가격의 외부세계와의 가격 동조화는 깨진 반면 석유제품의 가격 동조화는 유지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신형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 이후에도 해상을 통한 석유제품 밀수가 지속됐음을 시사하는 부분입니다.
김규철 KDI 북한경제연구실 연구위원:쌀 같은 경우는 육상 국경이 봉쇄되면서 무역이 급격히 감소하고 쌀 수입 같은 경우는 2년 간 중단이 되었고요.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대북제재 이후, 국경봉쇄 이후에도 해상을 통해서 석유제품 밀수가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북한 내 쌀 가격은 지난 2019년까지 외부 가격의 영향을 받았지만 신형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가 장기화되면서 연관성이 감소했고 북중 화물열차 운행이 재개된 지난해 중국 내 가격으로 회귀하는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김규철 연구위원은 북한 내 쌀 가격이 외부와 연결되어 있을 경우 중국 가격 등의 영향을 받았지만 연결이 끊어지면 가격이 급등락하는 모습이 확인됐다며 쌀 가격에만 의존해 북한의 식량 상황을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김규철 KDI 북한경제연구실 연구위원: 결국 장마당 쌀 가격은 외부와 연결되어 있을 경우에는 외부 요인에 영향을 받았으나 외부와의 연결이 끊어지면 가격이 급등락하는 모습이 확인됩니다. 결국 북한의 쌀 가격은 북한 내부의 식량 사정과는 연관이 없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곡물 공급, 소비, 유통의 종합적인 정보를 가지고 북한의 식량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탈북민 출신 북한 농업 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이날 행사에서 북한의 식량 상황을 평가하기 위해선 지역적 차이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농사 여건이 좋은 황해도, 평안도 등 서부 지역의 상황과 상대적으로 척박하고 기온이 낮은 북부 내륙 지역, 동부 지역의 상황은 다르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 :서부 지역에는 황해도, 평안도의 넓은 평야가 있기 때문에 여기서 생산되는 식량이 이 지역 주민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고도 남습니다. 북부 내륙 지역이나 동부 지역 같은 경우에는 또 사정이 다릅니다. 한국에 들어오는 정보의 대부분이 양강도 혜산, 회령 등에서 많이 들어오는데 이 지역이 중국하고 교류가 되지 않으면 먹고 살기 굉장히 힘든 지역입니다.
김일한 동국대학교 연구교수는 북한이 지난 2017년부터 밀가루 수입을 대폭 늘려왔음에도 북한 내 시장에서의 밀가루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며 북한의 식량 상황을 분석하는 데 밀가루가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앞서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2021년 12월 열린 노동당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인민들의 주식을 옥수수에서 흰 쌀밥과 밀가루로 바꾸겠다며 이에 필요한 벼와 밀 재배면적을 확보할 것을 지시한 바 있습니다.
기자 이정은,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