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지방 주민들이 식량 배급과 생필품 공급 등 모든 부문에서 평양시민만 챙기는 당국에 대해 불만이 치솟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남도 함흥시 회상구역의 한 주민 소식통은 22일 "어제 신문과 방송에서 평양시 주민들에게 김정은이 냉동 물고기를 선물로 보냈다는 내용이 거듭 소개되었다"며 "사람들은 김정은과 노동당이 지방 주민은 안중에도 없고 평양 주민만 돌본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설명절을 앞두고 김정은이 평양시민들에게 보내는 냉동 물고기는 군대에 소속된 수산사업소에서 잡은 냉동 도루묵으로 열차와 트럭으로 수송돼 평양시 각 구역에 있는 수산물상점들에 넘겨졌다"며 "신문과 방송은 이에 대해 수도 시민들에게 사철 신선한 물고기를 먹이기 위해 헌신한 김정일의 뜻을 이은 김정은의 사랑, 은정이라며 요란하게 선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지금까지 김정은과 당국이 지방 주민들에게 단 한 번이라도 물고기를 보낸 적이 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역대적으로 당국은 특권층과 전체 인구의 10%가 사는 평양만 우선시하면서 나머지 90%의 인구가 사는 지방은 홀대해왔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당국에서는 일찍부터 평양 주민과 지방 주민을 급이 서로 다른 부류로 갈라놓고 있다"면서 "평양 주민과 지방 주민은 신분증에서부터 차이가 있는데 지방 주민에게는 '공민증'이 발급되지만, 평양시민에게는 공민증과 색깔, 모양(디자인)이 다른 '평양시민증'을 발급해준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고난의 행군'(경제난)이 시작된 때로부터 지금까지 지방은 식량배급이 거의 중단되었지만 평양시민들에게는 부족하지만 그런대로 국가의 식량배급이 유지되고 있다"면서 "물론 수도라는 특성을 이해는 하지만 결국 국가로부터 배급을 받는 평양사람들은 배급소에서 쌀 1kg을 국정가격인 46원에 사먹을 수 있고 배급이 전혀 없는 지방 사람들은 시장에서 1kg에 4500원하는 쌀을 사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평양시민들에게는 계란과 각종 생필품이 매달 소량이나마 공급되며 주요 명절에도 비록 충분하지는 않지만 사탕, 과자, 기름등 지방과는 급이 다른 명절 공급이 진행된다"며 "겨울이 되면 지방 주민들은 잦은 정전으로 전기를 거의 사용할 수 없어도 평양은 지방에 비해 전기 공급이 비교적 잘 되고 있으며 오직 평양시내의 일부 주택들에만 온수난방이 공급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평양에 있는 고층 아파트들에는 거의 승강기(엘리베이터)가 있지만 평양다음으로 큰 도시인 청진과 함흥의 고층 아파트에는 승강기가 없어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걸어서 아파트를 오르내리고 있다"며 "지방에는 없는 지하철과 궤도전차가 있고 낮에도 시내에 무궤도 전차가 다니는 평양은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이 전혀 없어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지방에 비하면 교통조건이 너무나 좋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이처럼 평양과 지방의 차이가 정말 하늘과 땅 차이이다 보니 평양사람들은 지방에 내려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며 "당국에서는 지방과 달리 외국인들이 많이 오가는 수도 평양시민들에게만 국가적인 혜택을 베풀어 생활고로 인한 주민들의 반발을 차단하고 충성심을 유도한다면 체제가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 혜산시 혜화동에 사는 한 주민 소식통은 22일 "교육, 문화, 보건 등 여러 분야에서 평양시민이 받는 국가적 혜택은 지방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이번에 김정은이 선물로 보내준 냉동 물고기를 받은 평양주민들에게는 분명 좋은 일이겠지만 지방 주민으로서는 심하게 차별 받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김정은이 평양시민들에게 냉동 도루묵을 선물로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2년 전 12월에도 김정은이 평양시민들에게 물고기를 선물로 보냈는데 그때 평양에 출장중으로 친척집에 머물면서 5식구의 몫을 받아온 것을 보니 도루묵 20마리도 채 안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이번에 김정은이 평양시민들에게 선물로 보낸 물고기는 군에 소속된 수산사업소에서 잡은 것"이라면서 "평양시민들에게 줄 바엔 제대로 먹지도 못하며 청춘 시절을 다 바쳐 고생하는 군인들에게 물고기를 보내줬으면 전국의 인민들이 다 수긍하면서 좋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평양시민에 대한 당국의 혜택은 이뿐이 아니다"라며 "평양시민들은 시민증만 착용하면 주변 도시들인 평성, 남포, 사리원까지 여행증이 없이도 다닐 수 있는데 안전부가 발급한 여행증이 없이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지방 주민과 비교하면 너무나 큰 차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평양시민들은 지방에 갈 때 구역에서 여행증을 발급해주지만 지방사람이 평양에 가자면 중앙에서 매 사람의 여행신청 내역을 검토한 후 허락을 하면 자기가 사는 시, 군이 아니라 도에서 여행증을 발급받아야 할 정도로 까다롭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그러다 보니 평양에 직계 친척이 없는 사람들은 평양에 갈 조건 자체가 안되는데 아마 우리나라 인구의 60% 이상이 일생에 단 한번도 평양에 가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지방 주민도 다 같은 공화국의 공민인데 당국은 항상 평양시와 평양주민에만 관심을 두고 지방의 자원을 수탈해 평양을 챙겨왔다"며 "이렇게 당국이 지방 주민들을 차별하니 사람들이 '우리나라에는 평양공화국과 지방공화국이 있다', '조선노동당이 아니라 평양노동당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등 불만을 터뜨리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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