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러시아 고위 관리가 북한 건설 노동자를 최대 5만 명 유치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 국무부는 "북한 노동자의 해외 파견은 명백한 제재 위반"이란 입장입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마라트 쿠스눌린 러시아 부총리는 15일 북한 노동자와 비폭력 경범죄 및 경제범죄 수감자(prisoners sentenced for non-violent, economic crimes)들을 건설 현장에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대규모 북한 노동자 유치 구상을 밝혔습니다.
러시아 언론(RBC TV)에 따르면 쿠스눌린 부총리는 이날 “러시아 건설 시장은 여전히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 노동자와 수감자들을 건설 현장으로 유치(attract)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북한에서 최대 5만 명의 노동자가 러시아 건설 현장에 투입될 수 있다”면서도 현재의 노동자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쿠스눌린 부총리는 “우리는 현재 노동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북한 등에서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좋은 대안(option)이며 현재 이를 실현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2만에서 2만5천명의 북한 노동자만 유치해도 좋은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지난 달 초에도 북한 노동자들의 높은 생산성을 언급하며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자국 건설현장에 그들을 유치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당시 쿠스눌린은 부총리는 러시아 언론(RBC TV)과 인터뷰에서 건축자재인 ‘타일’(Tile) 숙련공을 예로 들며, 북한 노동자가 러시아 노동자 2~2.5명을 대체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러시아의 경제신문 ‘코메르산트’(Kommersant)에 따르면 러시아는 그동안 우즈베키스탄과 벨라루스 등 1991년 구 소련의 해체로 독립한 국가들의 기구인 ‘독립국가연합’으로부터 노동자들을 다수 확보했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이들이 다른 일자리를 찾아 터키나 유럽 등으로 떠나면서 지난 2월 기준으로 약 100만명의 건설 노동자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특히 러시아는 북한 노동자들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분리 독립을 주장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 재건사업에도 투입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쿠스눌린 부총리는 최근 북한 건설회사들이 이들 공화국 재건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제안서를 러시아 측에 보내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노동자의 해외 노동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입니다.
유엔 안보리가 2017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97호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원을 차단하기 위해 회원국들이 자국 내 북한 노동자를 2019년 12월22일까지 북한으로 돌려보내도록 했습니다.
이와 관련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앞서 지난 7일 정례기자설명회에서 러시아의 북한 노동자 유치와 관련한 입장과 추가 대북제재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의에 “어떤 조치도 미리 공개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We’re certainly not going to preview any actions.)
다만 그는 “지난 몇 주 동안 러시아가 심각히 문제가 있는 방식으로 북한, 이란과 같은 국가에 의존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역내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러시아가 그러한 국가들과 연합하는 것을 우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I think in recent weeks we have seen Russia rely on states like the DPRK and Iran in ways that are deeply problematic. And everyone, not just in the region but around the world, should be concerned with Russia closening alliances to such countries.)
그러면서 그는 “반복해서 말하지만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통제 지역을 포함하여 해외로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며, 이 결의는 해외 북한 노동자들로 부터 창출된 수입이 북한의 대량 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기여한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 전문가단의 에릭 펜텐-보크 조정관도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노동자의 해외 파견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러시아의 찬성도 포함) 만장일치로 통과한 유엔 제재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기자 조진우,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