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은 작년 말 백두산과 가까운 삼지연을 이국적인 풍경의 도시로 개건하고 이 일대가 천지개벽했다고 자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삼지연주민들은 새집보다 이전 집이 더 좋았다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양강도 삼지연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14일 “전국에서 동원된 건설자들의 땀과 노력으로 백두산 중턱의 작은 산간 도시 삼지연이 이국적인 모습으로 변모되었다“며 “하지만 새로 지어진 번듯한 주택에 들어가 사는 주민들은 정전때문에 생활에서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삼지연에 새로 지어진 살림집들은 모두 현대식 살림집으로 전기로 취사와 난방을 해결하도록 지어졌다”며 “처음에는 전기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모두가 좋아했지만 잦은 정전으로 밥도 제대로 해 먹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개건)이전의 집들은 전기 사용과 함께 나무를 때는 (재래식)부엌이 설치되어 있어 전기로 밥을 하다가 도중에 정전이 되어도 바로 장작을 피워 밥을 계속 지을 수 있었다”며 “그런데 새로 지은 집들에는 부엌 자체가 없어 전기로 밥을 하다가 정전이 되면 아무런 대비책도 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나도 밥을 하다가 정전이 되어 채 익지 않은 선 밥을 먹고 출근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면서 “주민들은 지금의 새집이 보기에는 좋지만 실지 생활하기에는 불편해 부엌이 있었던 이전의 낡은 집을 그리워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 삼지연시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은 15일 “새로 건설된 집들이 보기에는 번듯하지만 정작 생활해보니 불편한 점이 많다”며 “전기로 난방을 보장하도록 되어 있는데 정전으로 난방이 끊겨 추위에 떨며 밤을 보내는 날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백두산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삼지연은 겨울에 기온이 영하 30도 이하로 내려가는 날이 많아 전국에서 제일 추운 곳으로 꼽힌다”며 “이런 곳에서 정전이 되면 난방을 켤 수 없어 추위에 떠는 것도 큰일이지만 이전에는 흔하게 사용하던 뜨뜻한 물도 사용할 수 없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삼지연 지구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인근에 중소형 수력발전소를 건설해 놓긴 했지만 워낙 강수량이 적은 지역이라 겨울이 되자 전기를 충분히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곳은 나무가 흔해 부엌이 있으면 겨울에 정전이 돼도 나무를 때 뜨뜻하게 지낼 수 있고 더운물도 흔하게 사용할 수 있는데 이런 고려를 전혀 하지 않고 부엌이 없는 보기에만 좋은 집을 지어 놓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럼에도 당국은 삼지연이 산간문화도시의 표준, 사회주의 이상향이라고 선전하고 있다”며 “요란한 선전과 달리 생활에서 불편을 느낀 일부 주민들은 시당국에 아궁이가 있는 부엌을 설치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북한 당국은 1990년대 초부터 백두산 주변을 관광지구로 꾸리기 시작했지만 90년대 중반 시작된 심각한 경제난으로 건설은 중단됐고 2000년대 들어와 다시 공사가 시작됐습니다.
본격적인 삼지연 지구 개건 공사는 김정은 총비서 집권 이후 2013년부터 3단계 계획으로 진행됐고 2단계 건설이 시작된 2017년부터 약 천 세대에 대한 주택 개건이 시작돼 2021년 10월 경 주민들의 입사가 끝났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