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김정은 정권이 총력을 기울여 건설한 삼지연 관광특구 신도시에 입주한 주민들이 '못 살겠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양희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일 성대하게 준공식까지 마친 삼지연 신도시의 최신식 아파트 주민들이 전기공급이 중단되면 실내가 ‘마치 냉동고와 같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일본 언론매체 아시아프레스가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혁명의 성지에 당의 영도와 전인민적애국충정으로 천지개벽된 인민의 이상도시가 건설됐다는 대대적 선전하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준공식에 참석까지 한 삼지연 신도시에 이주하려는 사람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 : 거기(삼지연 아파트)서는 몽땅 전기난방으로 해서 나무와 석탄을 (연료로) 못 쓰게 되어 있답니다. 그래서 전기가 없으면 바로 냉동고가 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고요.
이시마루 대표는 신도시 공사에 동원된 바 있는 북한 내부 취재협조자에 따르면 ‘최고의 세계적 산간도시’를 만들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접 지시에 따라 아파트가 중국제 설비에 넓은 방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대체 연료로 장작이나 석탄을 아예 사용하지 못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바닥에 매트리스를 까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실내 추위를 해결한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주변 다른 지구를 희생시키며 북한 당국이 삼지연에 우선적으로 하루 15시간씩 전기를 보내려 하고는 있지만, 겨울에 섭씨 영하 30도에서 40도까지 온도가 내려가는 삼지연 지역에서 전기공급이 없는 나머지 9시간 동안 주민들은 상상할 수 없이 견디기 힘든 추위와의 싸움을 하고 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덧붙였습니다.
이시마루 대표 : 15시간 전기를 준다고 하는데 계속 주는 게 아니고 (전기가) 들어 왔다, 나갔다 한다고 합니다. 밤이든 낮이든 그렇게 추운 데서 전기가 안 들어와 난방이 안 되면 추워서 어떻게 견디겠습니까? 땔감을 땔 수도 없고, 석탄도 안 된다고 하니까…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3일 삼지연 신도시 개발과 관련해 ‘해발고가 천수백 미터나 되고 혹한과 강설이 들이닥치는 북방의 불리한 조건’에서 ‘당의 구상과 결심을 절대적기준으로 여기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 백두산 기슭 고지대에 건설된 신도시에 4천여 세대의 아파트와 380여채의 병원과 학교 등 공공시설까지 들어섰지만 준공식에 참석한 김 국무위원장이 떠난 후 무슨 연유인지 4일 간 정전이 계속되기도 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전했습니다.
게다가 주민들은 장마당 운영까지 금지한 당국의 처사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대신 식량배급을 재개했다고는 하지만, 감자 생산 이외에 다른 산업이 없는 삼지연 주민들이 현금을 벌어들일 수 있는 방도가 없어져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었다는 아시아프레스 취재협력자의 전언입니다.
따라서 삼지연을 현대적으로 훌륭하게 만들고 시로 승격시키면서 ‘평양처럼 특별한 시민증을 준다’는 당국의 말에도 인근 혜산시나 다른 지역 사람이 삼지연으로의 이주를 꺼리고 있다고 취재협력자는 밝혔습니다.
주민들은 그러나 중국 시진핑 주석이 지난 6월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 김 국무위원장에게 삼지연이 완성되면 ‘중국인 1억명을 보내겠다고 했다’는 진위불명의 소문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