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러시아가 올해부터 간소화된 전자비자(e-visa) 제도를 시행하면서, 북한이 이를 악용해 러시아에 더 많은 불법 노동자를 파견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지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해 11월 북한을 포함한 52개국을 대상으로 2021년 1월 1일부터 간소화된 새로운 전자비자, 즉 입국사증 발급 제도를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제도를 통해 해당 국가의 국민들은 2021년부터 러시아 측 초청이나 호텔 예약 내역, 또는 방문 목적 확인을 위한 서류를 제출하지 않고 러시아를 방문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여행, 사업, 개인적 방문, 인도주의적 목적으로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전자비자 신청 이후 4일 안에 비자를 발급 받아, 최대 16일 동안 러시아에 체류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제도는 현재 코로나19, 즉 코로나 비루스 상황으로 시행이 잠정적으로 보류됐지만, 일각에서는 이후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북한이 이 제도를 악용해 러시아에 더 많은 북한 노동자들을 파견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비자 신청시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최소화됐다는 점에서 북한이 노동자 파견 문제와 관련해 이 제도를 악용하는 것은 가능한 선택지 중 하나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국의 북한인권단체 '북한인권정보센터'(NKDB)의 테오도라 큐프짜노바(Teodora Gyupchanova) 전 연구원은 이 매체에 이같이 밝히며 "(북한 주민들이) 2주간 일한 후 북한으로 돌아가면, 또 다른 북한 노동자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방식"으로 이번 비자를 악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평범한 북한 주민들은 여행 제한과 인터넷 접속 제한으로 (전자)비자를 신청할 수 없다"며 "북한 당국이나 인터넷에 접속이 가능한 고위 관리들이 북한 주민들을 대신해 비자를 신청할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미국 민간연구기관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탠가론 선임국장 역시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번 비자는 북한 주민들이 쉽게 러시아로 입국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 비자는 연장이 불가능하다"며 "비자 기간 만료 이후 당국이 북한 주민들의 불법 체류를 묵인할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당국이 제도를 엄격하게 시행해 비자기간이 만료된 북한 주민들이 추방된다면, (이 비자는) 북한이 제재를 회피하는데 효과적인 수단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2017년 12월 22일 대북 결의 2397호를 채택하며, 북한의 외화 획득을 차단하기 위해 2년 후인 2019년 12월까지 북한 노동자들을 모두 본국으로 송환할 것을 명시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 내무부가 지난해 4월 발표한 '국가별 비자 발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석달 동안 북한인 753명에게 취업 비자를 발급했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러시아가 북한 불법 노동자들을 북한으로 송환하는데 소극적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편, 러시아의 새로운 전자비자 제도가 악용될 여지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 논평 요청에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와 주미 러시아 대사관, 유엔 주재 러시아 대표부는 4일 오후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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