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대북제재 지속시 북 물가·환율 안정세 유지 어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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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지속될 경우 북한 시장의 물가와 환율의 안정세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한국 중앙은행의 전망이 나왔습니다.

서울의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28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보유외화 축소 초기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지속되면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규모가 점차 줄어들고 이에 따라 북한 시장의 물가와 환율이 안정세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시장의 물가와 환율은 보유 외화 축소 초기단계에서는 안정세를 유지할 수 있지만 ‘중간단계’부터는 환율과 물가가 각각 소폭 상승, 소폭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후 ‘최종단계’에 진입하면 물가와 환율이 함께 상승하기 시작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물가와 환율이 급등하는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입니다.

북한의 경우 달러라이제이션, 즉 위안화나 미 달러 등 외화가 북한의 화폐를 대체하는 현상이 높은 수준으로 확산돼 있어 보유외화 규모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보고서는 지난 2014년을 기준으로 북한 내에서 사용되는 화폐 가운데 외화와 북한 화폐의 비율을 각각 55%, 45%로 추정했습니다. 북한 내 현금성 자산의 추정 비율도 외화와 북한 화폐가 각각 82%, 18% 입니다.

문성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북한경제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외화가 소진되는 상황이 오면 시장물가와 환율이 움직일 것”이라며 “다른 연구 결과들도 종합해 분석해본다면 북한의 외화 소진 시점이 올해 말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성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북한경제연구실 선임연구위원 : 현재 북한에서 유통, 거래되는 외화는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가치저장용 외화만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외화난이 심화되면 거래용 외화도 축소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북한 주민들의 불안한 심리가 시장의 가격에 반영돼 나타날 것입니다.

또한 한국은행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2014년을 기준으로 30~66억 달러 규모의 미 달러, 중국 위안화 등 외화를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이 가운데 가치저장용, 즉 금고 등에 보관해 놓는 용도의 외화의 규모는 20~42억 달러, 북한 내 거래용 외화의 규모는 10~24억 달러입니다.

한국은행은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의 외화수지 적자가 최근 크게 늘어났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17년과 2018년 매년 10억 달러 이상의 외화수지 적자를 보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북한이 외화수지 부문에서 매년 약 1억 달러 규모의 적자를 낸 것을 크게 상회합니다.

한국은행은 고강도 대북제재의 영향이 본격화됨에 따라 북한의 외화수지 적자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문성민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물가와 환율이 현재 안정돼 있는 것은 보유 외화 규모가 아직 물가와 환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이기 때문”이라며 “북한의 보유외화가 축소되는 상황이 지속되면 물가와 환율의 안정성은 큰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