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법무부가 북한과 러시아에 미국 기술을 불법 공급한 러시아인을 기소했습니다. 미국 상무부는 이 러시아인에 수출 금지 조치를 내렸습니다. 지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법무부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과 러시아에 전자기기 등 미국 기술을 불법 제공한 러시아인 일리야 발라카에프를 기소했다고 밝혔습니다.
법무부는 발라카에프를 미국 정부에 대한 사취,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위반, 수출통제개혁법(ECRA) 위반, 밀수 등 총 5개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특히 발라카에프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주재 북한대사관의 1등 서기관과 계약을 맺고, 북한에 유독 가스 탐지기와 소프트웨어(컴퓨터 프로그램)를 불법 공급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기소장에 따르면 과거 러시아 문화부에서 근무하며 북한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발라카에프는 방북 당시 알게 된 북한 서기관과 2019년 여러 차례 만남을 가졌습니다.
북한 서기관은 발라카에프에게 미국 회사에서 제조된 유독 가스 탐지기 구입을 요청했고, 그해 12월 그는 인터넷으로 가스 탐지기를 구입했습니다.
그는 이를 미국 동부 버지니아주에 거주하는 러시아 출생 미국 영주권자의 자택으로 배송시켰고, 이듬해 2월 직접 미국을 방문해 물건을 러시아로 가져왔습니다.
북한 서기관은 이후 가스 탐지기와 함께 쓰이는 소프트웨어 구입도 요청했고, 발라카에프는 2020년 3월 서기관에게 가스 탐지기와 소프트웨어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북한에 가스 탐지기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상무부의 허가가 필요하지만 발라카에프와 그의 회사 ‘라디오테스터(Radiotester) LLC’ 모두 관련 허가를 신청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발라카에프는 또 도청 장치 탐지 등에 사용되는 스펙트럼 분석기와 신호 발생기 관련 계약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과 체결하고 관련 장비를 미국에서 수출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발라카에프에 적용된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 그는 최대 75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또 국제긴급경제권한법 위반, 수출통제개혁법 위반, 밀수 등 4가지 혐의 중 하나라도 유죄가 선고되면 위법 행위로 인한 수익금은 미국 정부에 몰수됩니다.
마이클 드리스콜 미 연방수사국(FBI) 뉴욕 지국장은 보도자료에서 “피고인은 미국 제재를 위반하면서 미국에서 소프트웨어와 전자기기를 밀수해 해외 적대국 정부 기관에 제공하기 위한 작전을 수행했다”며 FBI 뉴욕지국은 이러한 장비와 기술의 조달을 저지해 미국의 국가 안보를 보호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도 24일 발라카에프와 그의 회사 라디오테스터에 대해 ‘일시적 금지 명령’(Temporary Denial Order·TDO)을 내렸습니다.
일시적 금지 명령은 180일간 물품을 수출할 수 있는 권리를 모두 박탈하는 조치입니다. 이 조치는 180일 이후 갱신될 수 있습니다.
상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발라카에프와 라디오테스터가 수출 통제 대상인 방첩 장비를 러시아와 북한에 허가 없이 수출했다며 조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매튜 액슬로드 상무부 차관보는 “러시아와 북한의 방첩 활동과 군사 작전을 가능하게 하는 불법 수출 계략은 미국과 동맹국의 국가 안보에 직접적으로 해를 끼친다”며 러시아와 북한 관련 제재 회피자들을 계속 찾아 법의 심판을 받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지정은,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