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2019년 북한을 방문해 암호화폐 관련 강의를 한 혐의로 미 당국에 체포된 미국인 버질 그리피스(Virgil Griffith)가 최근 법원에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피스는 반성문에서 북한이 붕괴되기 전 실제로 북한을 직접 보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지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그리피스 변호인 측이 4일 공개한 서한에 따르면 그리피스는 미 뉴욕 남부 연방법원의 케빈 카스텔(P. Kevin Castel) 판사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자신의 방북은 어리석은 결정이었다며 “북한에 가는 것을 정당화했던 유일한 이유는 북한이 몰락하기 전 그곳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 마지막 동베를린을 볼 기회를 얻은 사람과 비슷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The only way I can explain why I justified going in my mind beforehand is because I became obsessed with seeing the country before it fell, akin to someone offered the chance to see East Berlin in its final days before Wall came down.)
그는 이어 “나는 국가를 사랑하며 국가에 해가 될 일을 계획하지 않았다”며 “그렇기 때문에 북한으로 떠날 때와 돌아왔을 때 국무부에 보고했고, 자발적으로 미 연방수사국(FBI)과 인터뷰를 하기 위해 자비로 비행해 이동했고 스파이(간첩)가 되겠다고 자원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하지만 국무부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북한에 갔고 이후 한 행동들이 잘못됐다는 점과, 돌아와서 한 행동들은 이를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는 걸 알게 됐다”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경험을 갖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이날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그리피스의 부모를 비롯해 암호화폐 이더리움의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 등 그리피스의 지인 37명도 최근 법원에 그리피스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암호화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술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인 안드레아스 M. 안토노풀로스(Andreas M. Antonopoulos) 역시 지난 4일 진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안토노풀로스는 해당 진술서에서 그리피스가 2019년 북한에서 진행한 암호화폐 강연을 검토했다며 해당 강연이 특별히 북한 청중에 맞춰진 내용이 아니고 인터넷이나 책에 모두 공개돼 있는 내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이더리움의 개발자였던 그리피스는 싱가포르에 머물면서 미 국무부와 재무부의 경고를 무시하고 지난 2019년 4월 평양 암호화폐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그리피스는 당시 회의에서 100여명의 북한인들에게 전문적인 암호화폐 관련 정보를 전달하고 제재회피와 자금세탁에 대해 조언한 혐의로 그해 11월 미 연방수사국에 체포됐습니다.
이후 그리피스는 지난해 9월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위반 공모 혐의에 유죄를 인정하면서 최대 6년 6개월 징역형에 대한 합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제긴급경제권한법은 법 위반 시 최대 20년의 징역형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뉴욕남부 연방검찰은 당시 보도자료에서 “그리피스가 미국의 가장 위험한 적국 중 한 곳인 북한을 돕는 데 동의했다”며 “그리피스는 북한에 암호화폐 서비스를 제공하고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돕기 위해 방북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리피스는 기만적인 북한 정권의 위협에 최대 압박을 가하기 위해 미 의회와 대통령이 제정한 제재를 훼손하면서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지난 2020년 7월 검찰이 공개한 녹취록 자료에 따르면 그리피스는 평양에서 강연 당시 암호화폐의 장점을 설명하면서 “미국과 유엔이 뭐라고 말하든 북한을 막을 수 없다”며 미국이나 유엔이 블록체인을 통한 북한의 금전 지불이나 거래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그리피스에 대한 선고 공판은 다음달 12일 열릴 예정입니다.
기자 지정은, 에디터 이상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