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싱가포르 법원이 북한에 사치품을 공급한 자국민에게 항소심에서 더 높은 형량을 선고했습니다. 대북제재 위반에 관여한 회사 3곳에 대한 벌금 액수도 크게 늘렸습니다. 지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싱가포르 고등법원은 지난 14일, 대북 교역 금지 품목인 사치품을 북한에 공급한 혐의로 기소된 싱가포르인 총 혹 옌(Chong Hock Yen) 씨에 대해 징역 3주가 선고된 원심을 깨고 징역 6주를 선고했습니다.
고등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또 총 씨가 대표(director)로 재직하며 대북 사치품 공급에 활용한 기업인 SCN싱가포르와 로리치 인터내셔널, 신덕 무역 등 3곳에 대한 벌금 액수를 기존 액수의 2~3배 이상으로 크게 높였습니다.
총 씨는 지난 2010년 12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해당 회사 3곳을 통해 총 43차례에 걸쳐 북한에 향수와 화장품, 시계, 악기 등 사치품을 공급한 혐의로 지난 2018년 기소됐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이행을 위한 싱가포르의 '국제연합법'(United Nations Act)은 싱가포르 거주자와 국적자가 북한 기업에 지정된 품목을 공급하거나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지방법원은 지난 2020년 10월, 총 씨에게 징역 3주를 선고하고 총 씨의 회사인 SCN싱가포르에는 벌금 12만 싱가포르 달러(미화 약 8만8천 달러)를, 나머지 두 회사에는 각각 1만 싱가포르 달러(미화 약 7천4백 달러)를 선고했습니다.
이후 싱가포르 검찰은 1심 법원이 총 씨와 회사에 선고한 형이 가볍다며 항소를 제기했고, 총 씨 측은 징역 대신 벌금형이 선고돼야 한다며 교차항소(cross-appeal)를 제기했습니다.
지난 14일 에이디트 압둘라(Aedit Abdullah) 고등법원 판사는 판결문에서 검찰이 제시한 모든 이유를 수용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검찰 측 항소를 받아들이고 총 씨의 항소는 기각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압둘라 판사는 총 씨에 대해 "싱가포르의 위상과 명예에 상당한 피해를 입혔고 범죄 행위가 몇 년에 걸쳐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 엄중한 선고가 필요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총 씨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해 국가의 명성과 위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판결문은 특히 지난 2018년 유엔 안보리 전문가단 보고서에서 총 씨의 회사인 SCN싱가포르와 북한 간 거래 내용이 언급되면서 싱가포르가 부정적으로 비춰졌다며 이 내용이 전 세계 언론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압둘라 판사는 또 총 씨의 대북 사치품 공급이 사전에 계획됐다는 점과 상당한 이익을 창출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총 씨의 형량을 더 무겁게 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어 싱가포르 지방법원이 앞서 회사 3곳에 선고한 벌금 액수가 낮게 책정됐다며 벌금에는 범죄 행위에 따른 피해 상황 및 책임을 고려하는 징벌적 요소(punitive element)와, 범죄 이익에 대한 환수(disgorgement)가 포함돼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SCN싱가포르에는 기존에 부과된 벌금인 12만 싱가포르 달러(미화 약 8만8천 달러)에서 2.5배 이상 증가한 31만1천 싱가포르 달러(미화 약 22만9천 달러)를 선고했습니다.
또 신덕 무역과 로리치 인터내셔널에는 기존에 선고된 벌금 1만 싱가포르 달러(미화 7천4백 달러)가 아닌, 각각 2만3천 싱가포르 달러(미화 약 1만7천 달러)와 3만 싱가포르 달러(미화 약 2만2천 달러)를 선고했습니다.
총 씨는 앞서 지난 2020년 SCN싱가포르에 대한 혐의 6개, 신덕 무역과 로리치 인터내셔널에 대한 혐의 각 1개 등 총 8개 혐의를 인정했지만 이번 판결에는 다른 35개 혐의도 고려됐습니다.
총 씨에 대한 43개 혐의를 모두 종합하면 총 씨가 북한에 공급한 사치품은 약 57만6천(S$575,854.13) 싱가포르 달러(미화 약 42만4천 달러) 어치이며, 총 씨가 벌어들인 수익은 약 12만2천(S$122,116.96) 싱가포르 달러(미화 약 9만 달러)에 달합니다.
이 세 회사는 중국을 통해 북한에 사치품을 운송했으며 홍콩과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영국령 앵귈라에 설립된 유령회사를 통해 대금을 받았다고 판결문은 적시했습니다.
이 회사들은 평양 모란봉구역의 명품 업체인 '북새상점'을 비롯해 평양 소재 '새희망합작회사'(New Hope Joint Venture Corporation), '조선장생무역총회사'(Korea Jangsaeng Trading Corporation) 등 북한 기업 총 4곳과 거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지난 2020년 싱가포르 여성 램 혼 랜(Lam Hon Lan) 역시 SCN싱가포르 직원으로 근무하며 북새상점 등 북한 회사 4곳에 사치품을 수출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6천 싱가포르 달러(미화 약4천4백 달러)의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당시 북한 국적자 리현은 SCN싱가포르 등으로부터 사치품을 구입해 자신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북새상점에 공급한 혐의로 4주 징역형에 처해진 바 있습니다.
기자 지정은,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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