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이 최근 북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책임을 묻는 유엔 차원의 신규 제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을 절반으로 줄이고 담배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가 포함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의 로이터통신은 현지 시간으로 13일 미국이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새로운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신규 제재는 최근 이뤄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으로, 북한의 미사일 금지범위를 확대하고 석유 수입량을 줄이며 해커집단의 자산을 동결하는 내용 등을 담았습니다.
미국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재결의 초안을 이번 주 유엔 안보리 15개 이사국에 배포했습니다.
제재안에는 이미 기존 결의에 포함된 탄도미사일 뿐 아니라 순항미사일을 포함해 핵무기를 쓸 수 있는 모든 운반체계로 금지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북한에 대한 원유와 정제유 수출량을 각각 연간 200만 배럴과 25만 배럴, 즉 절반까지 축소하고 북한이 광물연료와 이를 이용해 생산한 제품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습니다.
이번 제재안에는 북한에 담뱃잎과 담배 제품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막는 내용도 들어갔습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담배를 손에 든 모습이 관영매체에 자주 포착되는 등 애연가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측에서 북한 정찰총국이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해커집단 ‘라자루스’(Lazarus)의 자산을 동결하는 조치도 제재안에 담겼습니다.
라자루스는 지난 2014년 미국 소니픽처스와 2016년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해킹 사건, 2017년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유포 사건 등에 연루돼 있는 북한의 해킹 조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으로부터 정보통신 기술이나 관련 서비스를 획득하거나 이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도 제재안에 적시됐습니다.
한미 양국은 지난 4일 미국에서 열린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 등을 계기로 새로운 결의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14일 “한미 양국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고 추가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의 단호한 조치가 긴요하다는 입장 하에 안보리에서 새로운 결의 추진을 포함해 강력한 조치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한국 정부는 주요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과 현 한반도 정세 및 향후 대응방향에 대해 계속해서 긴밀히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재가 이뤄지려면 유엔 안보리 이사국 가운데 9개국이 찬성표를 던지고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개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북한의 미사일 시험에 대응한 제재 강화에 반대 입장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내 전문가들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새로운 제재가 힘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미중 갈등과 우크라이나 사태 가운데 북한과 중국·러시아가 더욱 밀착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제재안이 유엔 안보리를 통과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침공 등이 벌어진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나서서 대북제재의 효용성을 훼손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중국·러시아 간 3자 협력 구도가 형성돼서 더욱 강화되어 가고 있는데,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에 협력하지 않으면 그 효과가 클 수 없을 것입니다.
박 교수는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산 부품과 재료를 조달해 탄도미사일 기술을 개발한 정황이 제기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이 같은 외부 지원을 차단하지 않으면 북한에 대한 제재만으로는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중국과 러시아가 명확한 반대 의사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 새 제재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제재안이 통과된다 해도 이미 강도 높은 제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 새 제재를 추가하는 것만으로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추가 제재가 북한 측이 부담을 느낄 정도로 의미 있는 조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현재의 제재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은 여러 면에서 입증된 사실”이라며 특별한 해법을 찾기가 여의치 않은 현 상황에 추가 제재를 하는 것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진단했습니다.
전 전 원장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남북관계에서 대북제재는 상수”라며 한국 정부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