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의 제재회피 활동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추적과 감시가 부족해 대북제재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조 바이른(Joe Byrne) 선임 연구원은 27일, 최근 공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 보고서를 거론하면서 대북제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느슨한 제재 이행(lax enforcement)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국제사회가 지난 몇년 간 대북제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북한에 다양한 제재회피 수법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설명입니다.
바이른 연구원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가 안보리 결의 2397호를 통해 2018년부터 북한에 공급할 수 있는 정제유를 한해 총 50만 배럴로 제한했지만 매년 불법으로 한도를 초과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특히 지난해부터 북한이 오히려 더 큰 유조선을 이용해 해상에서 더 많은 석유를 불법으로 공급받고 있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들 유조선이나 관련 개인, 업체에 대한 공개 조사나 제재대상 지정 등 어떠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바이른 연구원은 북한의 석탄 밀수출과 관련해 중국이 석탄을 실은 북한 선박의 정박과 하역을 허용했다는 이유로 여러차례 지적을 받았지만 여전히 불법 활동이 지속되면서 국제사회가 대북제재 회피에 무감각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제재회피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관련자들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재제회피 활동에 대한 유엔 회원국들의 더욱 철저한 감시와 적극적인 제재대상 지정이 필요하다는 권고도 잇따랐습니다.
바이른 연구원에 따르면 대북제재 회피활동이 급증하는 동안 유엔 결의 차원의 대북제재 대상이 2017년과 2018년 각각 60명, 53명이었지만 2019년과 2020년에는 전무했습니다.
미국의 대북 독자제재를 통한 제재선박 지정 역시 2019년 1척, 2020년 4척에 불과했습니다.
바이른 연구원은 제재대상에 대한 조사와 지정이 철저히 이뤄지지 않으면 제재회피 연결망(네트워크)에 새로운 회사들이 연루되고 더 많은 제재회피 수법이 활용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William Brown)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이 지속되고 있지만 오히려 중국이나 러시아는 대북제재 완화를 촉구하면서 대북제재 이행에 대한 국제적 합의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대북제재 이행이 각 국가의 의지에 달려있고, 유엔이 직접 제재위반 행위에 대한 감시에 나설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브라운 교수: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이 지정한 대북수출 상한선을 초과한 데 대해 '밀수까지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느냐'며 변명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각 국가 스스로 제재를 이행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중국, 러시아의 선의(goodwill)에 의지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편 미국은 바이든 새 행정부 들어선 후 대북제재 위반자들에 대한 조치를 강화하는 모습입니다.
최근 미국 뉴욕남부연방검찰은 이른바 '선박 대 선박 환적' 방식으로 북한에 유류를 몰래 공급한 혐의로 싱가포르 국적자를 기소했습니다.
이에 앞서 미국이 불법 자금세탁 혐의로 기소한 북한 사업가 문철명 씨는 지난달 북한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말레이시아에서 미국으로 송환돼 법정에 서기도 했습니다.
이밖에 캐나다 군 당국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그 동안 한반도 주변 해역과 동중국해 등지에서 수행하던 북한의 불법환적 행위에 대한 감시·단속 작전을 2년 연장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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