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북 ‘사이버 외화벌이’ IT 업체·책임자 동시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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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미 양국 정부가 북한이 정보기술(IT) 인력을 이용해 외화벌이를 하는 것을 차단하는 동시 제재에 나섰습니다. 같은 대상에 각각 제재를 가해 그 효과를 높인다는 취지입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외교부는 북한 정보기술(IT) 인력이 해외에서 외화벌이 활동을 하는 데 직접 관여해 온 북한 기관 3곳과 개인 7명을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제재 대상 기관에는 북한 국방성 산하 IT 회사인 진영정보기술개발협조회사와 군수공업부 산하 IT 회사인 동명기술무역회사가 포함됐습니다.

진영정보기술개발협조회사는 러시아와 중국·라오스 등에, 동명기술무역회사는 라오스에 각각 IT 인력을 파견하고 가상자산 플랫폼 개발 등 고수익 외화벌이 활동에 관여했다는 설명입니다.

외교부는 또 자체적으로 식별한 진영정보기술개발협조회사의 가상자산 지갑 주소도 함께 발표했습니다.

가상자산 지갑이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비롯한 가상자산을 보관하고 이를 통해 출금할 수 있는 계정으로, 북한 IT 인력이란 사실을 알지 못하고 해당 회사에 일감을 줘 보수로 가상자산을 지급하는 일을 막으려는 조치입니다.

제재 대상 기관에는 북한의 IT·사이버 분야 영재 교육기관인 금성학원도 포함됐습니다.

금성학원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아내 리설주가 다닌 예술 영재학교로 유명했지만, 최근에는 IT·사이버 영재도 양성하면서 북한 IT 인력과 해커 상당수가 이 학원 출신으로 알려졌습니다.

제재 대상에 오른 개인으로는 진영정보기술개발협조회사의 총책임자 김상만, 주러시아 대표 김기혁, 주중국 대표 김성일, 주라오스 대표 전연근, 동명기술무역회사 대표단장 김효동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국외 IT 지부 책임자들로, 불법 외화벌이를 주도했을 뿐 아니라 IT 인력에 대한 감시·통제, 임금 미지급 등 강제노동을 강요하면서 인권을 침해해왔다는 지적입니다.

라오스에서 북한식당을 운영하며 자금세탁 등 불법 금융활동을 통해 IT 인력의 외화벌이를 도운 유성혁과 윤성일도 제재 명단에 포함됐습니다.

이들 기관 3곳과 개인 7명이 제재 대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입니다.

외교부는 북한 인력이 국외에 체류하면서 국적·신분을 위장해 IT 일감을 수주하는 것이 핵·미사일 개발을 위한 불법 외화벌이 수단이 되고 있다고 판단했고, 이번 조치에 국제사회의 주의를 환기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신분을 속인 북한 IT 인력이 싼 가격을 내세워 기업들로부터 일감을 따내기 쉬운 만큼 기업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북 독자 제재는 이번이 7번째로, 지금까지 기관 44곳과 개인 43명이 목록에 올랐습니다.

앞서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도 현지 시간으로 23일 북한 당국을 지원하는 수익 창출 및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에 연루된 기관 4곳과 개인 1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진영정보기술개발협조회사와 총책임자 김상만은 한미가 각각 발표한 제재 대상에 동시에 올랐습니다.

최근 한미는 동일한 대상에 중첩적으로 독자 제재를 가해 그 효과를 높이려는 노력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외교부는 “북한 불법 사이버활동을 지원한 심현섭을 제재한 이후 한 달여 만에 재차 한미가 함께 사이버 분야 제재를 하는 것으로, 빈틈없는 공조를 과시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한미는 지난달 24일 불법 사이버 활동을 통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자금 조달에 관여한 북한 국적자 심현섭을 동시에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습니다.

한미 외교당국은 현지 시간으로 오는 24일 IT 기업들이 모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북한 IT 인력 활동을 차단하기 위한 공동 토론회도 개최할 예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