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올해 5월 들어 중국을 오가는 북한 유조선을 포함한 선박들의 해상활동이 두달새 두 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경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27일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5일까지 최소 25척의 북한 선박들이 AIS, 즉 자동선박식별시스템(Automated Identification System)을 작동시키며 다시 해상활동을 재개했습니다.
지난 3월 같은 기간 최소 13척의 북한 선박들이 활동을 벌인 것과 비교해 두 달 만에 2배 가량 증가한 수치입니다.
5월 이후 북한 선박 '남대천'(Nam Dae Chon)호, '화송'(Hwa Song)호, '통명 9'(Tong Myong 9)호, '회령'(Hoe Ryong)호 등 최소 25척이 중국 동부 산동성의 룽커우항, 저우산군도, 북한 남포항 등 인근 해역에서 AIS 신호를 켜고 해상활동을 하고 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선박은 저우산군도 등 중국 해역 일대 등에서 '선박 대 선박' 불법환적 방식으로 석탄 밀수출과 정제유 밀수입을 한 바 있습니다.
또 북한 유조선인 '유정 2'(Yu Jong 2)호, '부령'(Pu Ryong)호, '금야'(Kum Ya)호, '례성강 1'(Rye Song Gang 1)호, 백마(Paek Ma)호, '룡림'(Ryong Rim)호 등 최소 6척이 5월 들어 중국 황해와 대한해협 일대 등에서 활발한 해상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앞서, 북한 유조선 '유정 2'호는 지난 22일 오후 2시30분 일본 시마네현 오키제도 북서 쪽으로 48㎞ 떨어진 해상에서 침몰하는 북한 선박 '청봉호'의 선원 21명을 구조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일본 해상보안청은 '청봉호'가 환적 등 제재를 회피하는 데 활용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William Brown)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아직 구체적인 정보는 없지만, 북한이 해상활동과 관련해 코로나19 방역조치를 일부 완화한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또 그는 최근 몇개월 동안 원유 가격 변동이 심했기 때문에, 더 많은 '선박 대 선박' 불법 환적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그는 중국과 러시아 등이 공식적으로 유엔에 보고하는 공식 대북 원유 수출량 뿐만 아니라, 북한이 불법 환적으로 수입하는 원유 수입량을 파악하는 것이 대북제재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브라운 교수: 중국이 북한에 원유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며, 이는 매우 중요합니다.
지난 2017년 말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는 유엔 회원국의 대북 정제유 수출량을 50만 배럴로 제한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가 제한량을 초과한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아울러 미국의 북한전문매체인 'NK뉴스'도 26일 북한 선박 활동이 5월 부터 증가하고 있다며, 북한이 정제유 밀수출 등 대북제재를 회피하려는 노력을 벌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국제해사기구(IMO)는 2005년부터 전 세계 선박에 대해 자동식별장치를 켜고 다니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충돌을 막는 등 선박의 안전을 위한 조치이지만, 북한 선박 대다수는 이 규정을 어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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