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지난해 제재를 회피하고 정제유를 밀수입하기 위해 유조선 두 척을 인수했다는 미국 연구기관의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경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민간 연구기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아시아해양투명성 이니셔티브(Asia Maritime Transparency Initiative)가 2일 북한이 유엔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유조선들을 인수했다고 지적한 보고서(North Korea still obtaining new oil tankers, despite sanction)를 공개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이 지난해 중국에서 두 척의 유조선을 구매했으며, 이는 정제유 밀수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여러가지 제재회피 수단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두 척은 '신평 5'(Sin Phyong 5)호와 '광천 2'(Kwang Chon 2)호로 모두 한국 기업의 소유였다가 중국 개인, 회사에 팔린 후 북한이 인수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보고서는 현재 '신평 5'호는 북한 평양에 본사를 둔 '명류 무역'(Myongryu Trading) 소유이며, '명류 무역'은 지난 2019년 미국 재무부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북한 선박 '명류1호'의 선주이기도 합니다.
당시 재무부는 북한 선박 '명류1호'가 선박 대 선박 환적 방식으로 정제유 등을 밀수하며, 불법 활동을 통해 유엔 제재를 지속적으로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특히 보고서는 북한이 중국에서 활동하는 중개 요원들의 도움을 받아 선박들을 인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보고서는 중국이 북한에 유조선과 정제유를 판매하며, 유엔의 대북제재를 지속적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지난 2017년 12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에 따르면 북한의 불법적인 제재회피 활동 차단을 위해 안보리의 사전승인이 없는 한 북한에 직간접적으로 신규 선박이나 중고 선박을 공급, 판매 또는 이전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 2397호는 유엔 회원국의 대북 정제유 수출량을 50만 배럴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특히 보고서는 지난해 뿐만 아니라 북한이 이미 2019년에도 밀수 선박을 인수해 대북제재를 회피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지난해 새로운 유조선 2척을 인수했듯이, 올해에도 쉽게 새로운 선박들을 더 인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와 관련, 미국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의 트로이 스탠가론 선임국장은 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중국의 중개인을 통해 선박을 구입했기 때문에, 중국이 대북제재를 회피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중국 당국이 북한에 선박이나 정제유가 판매되지 않도록 실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밀수 행위를 단속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제재를 완화시키는 방법 중 하나라고 지적했습니다.
스탠가론 선임국장: 유엔 안보리 산하 전문가단 보고서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은 밀수를 통해 안보리가 정한 정제유 수입 한도를 계속 초과하고 있습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을 지낸 수 김(Soo Kim)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중국은 북한과 제재위반 행위에 공모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2일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북한 선박 '신평 5'호는 기존 한국 기업 소유였을 때 선박명인 '우정'(WOO JEONG)호로 이름이 바뀌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현재 '신평 5'호는 2019년 7월27일 중국 동부 산둥성의 스다오항구 인근 해역에서 마지막 AIS, 즉 자동선박식별시스템(Automated Identification System) 위치가 기록됐습니다.
아울러 '광천 2'호도 2019년 11월25일 중국 동부 산둥성의 스다오항구 인근 해역에서 마지막 AIS 위치가 기록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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