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나포 선박, 2월에도 대북제재 위반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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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정부가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나포해 조사 중입니다. 이 선박은 지난 2월에는 한국을 거쳐 러시아로 향했는데, 당시에도 대북제재를 위반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가 20일 오전 대한해협 인근 해상에서 제재 위반 행위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는 외국 국적 화물선 ‘썬라이즈1’호를 나포했다고 연합뉴스 등 한국 언론이 이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선박은 현재 부산 영도구 해상 묘박지에 정박해 있습니다. 선박에는 석탄과 철광석이 실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승선원은 10여 명입니다.

해당 선박이 정확하게 어떤 대북제재 위반 행위에 연루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 선박은 러시아에서 출항해 중국으로 향할 예정이었으며, 북한을 경유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국제통합해운정보시스템(GISIS)에 등록된 선박 정보에 따르면 썬라이즈1호는 지난 2008년 10월 건조된 일반 화물선으로, 2천972톤 규모입니다.

건조 당시에는 중국 깃발을 달고 운항하다, 2002년 3월부터 시에라리온 깃발을 달고 운항했고, 다시 올해 5월 토고 국적으로 변경됐습니다. 현재 이 선박은 무국적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자료를 확인한 결과, 이 선박은 자동식별장치(AIS) 신호를 갑자기 끄거나 불규칙적하게 사용하는 등 대북제재를 위반한 의심스러운 정황이 발견됐습니다.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6월 13일 러시아 나훗카 항을 떠난 이 선박은 AIS를 끄고 운항하다 이틀 뒤인 15일 마셜 제도 인근 해역에서 신호를 발신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신호를 꺼 행적이 묘연했던 이 선박은 17일 북한 해역에서 모습을 드러낸 뒤 한국 남해를 따라 이동하다가 이번에 나포된 것입니다.

이 선박은 올해 초에는 중국에서 출발해 한국을 거쳐 러시아로 향했는데, 이때도 AIS 신호를 끄고 대북제재를 위반한 정황이 발견됐습니다.

썬라이즈1호는 당시 중국 랴옹닝성에 있는 바위치안 항을 떠난 뒤 1월 22일 포항 신항에 입항했습니다.

이후 보름간 머문 뒤 2월 7일 러시아 나훗카 항으로 목적지로 떠났는데, AIS를 끄고 항해하던 이 선박은 다음 날인 8일 오후 9시 3분께 북한 해상에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다시 위치신호가 잡힌 것은 다음 날인 9일 오전 6시 27분으로 해상에서 9시 30분가량 위치신호를 끈 것인데, 불법적인 활동이 있었을 것으로 의심됩니다.

그간 대북제재 결의 위반에 연루된 대부분의 선박들은 AIS를 끈 채로 해상에서 불법 선박 대 선박 환적 방법으로 유류 등을 교환하며 제재를 회피해 왔기 때문입니다.

썬라이즈1호가 과거 대북제재를 위반한 의혹을 받은 선주가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됩니다.

썬라이즈1호는 2024년 5월부터 중국 홍콩의 ‘Xiangrui Shipping Ltd’(샹루이해운사)라는 업체가 등록해 운영 중입니다.

그런데 이 업체는 지난 2019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규정한 대북제재 품목 중 하나인 모래를 불법 수출하려는 혐의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단의 조사를 받았던 '루이 진'(RUI JIN)호를 등록한 업체(Xiang Rui Shipping Co. Ltd)와 표기만 다를 뿐 이름이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편 지난 3월 30일에는 전남 여수 인근 해상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던 3천 톤 급 화물선 ‘더 이’(DE YI)호가 제재 위반 연루 혐의에 따라 억류됐습니다.

2017년 채택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는 유엔 회원국이 대북제재상 금지행위 연루 의심 선박을 자국 영해상에서 나포∙검색∙억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