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코로나 19 로 주춤했던 북한 선박의 불법 환적 행태가 중국 해역에서 재개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이제는 선박의 위치 신호 장치를 켜두고 중국 해역에서 버젓이 항해 중이라는 소식입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Royal United Services Institute)는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와 공동 연구 후 17일 발표한 북한 불법 환적 관련 보고서에서 최근 중국 해역에서 북한 선박들의 출현이 잦아졌다고 밝혔습니다.
4월 말부터 최근까지 촬영된 상업 위성사진과 AIS(선박자동식별장치) 신호를 바탕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조사기간 중 북한과 연관된 선박들 최소 17척이 북한과 중국 저장성 동북부 앞바다인 저우산 사이를 항해한 정황을 포착됐다고 전했습니다. (Satellite imagery and 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AIS) ship tracking data show that at least 17 DPRK-linked vessels traveled between North Korea and Zhoushan, China from late April to present.)
이 선박들은 용림호, 연무호, 소백수호, 소광호, 은률호, 태양호, 수리봉호, 리나호, 남대천호, 태평호 등입니다.
이 선박들이 조사기간 중 중국에 석탄을 수출했다고 가정할 때 북한 정권에 수백 만 달러의 수익이 돌아갔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구에 참여한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제임스 바이른 선임 연구원은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코로나 19가 심각해진 3월 잠적했던 북한 선박들이 4월 중순께부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른 연구원: 당시 북한 선박들은 본국으로 돌아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정박해 있었습니다. 이 상황이 꽤 오래 지속되다가 4월 중순, 말쯤부터 다시 중국으로 항해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몇 척 밖에 없었지만 점차 (코로나 19) 이전 수준으로 늘어났습니다.
앞서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는 지난 3월 공개한 보고서에서 코로나 19 여파로 북한의 남포항에 한달 전 관찰된 선박 50척보다 대폭 늘어난 약 140척이 정박해 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갱신된 보고서는 특히 북한이 기존 선박의 위치신호 발신 장치를 의도적으로 끄거나 선박명을 위조하는 방식으로 대북제재의 감시망을 피했지만 최근에는 북한 선박명으로 위치신호 발신 장치를 켠 채 버젓이 중국 해역을 항해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이는 중국이 의도적으로 북중 간 불법 환적을 눈감아 주는 것이라며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5월 3일 촬영된 위성사진과 AIS(선박자동식별장치) 기록을 보면 북한의 최대형 화물선으로 꼽히는 태평호가 북한 남포항을 출발해 저우산 해역에 도착한 것을 확인했고, 같은 날 중국 당국의 정찰선을 포함해 중국 선박 두 척이 그 주위에 머물다 떠났습니다.
특히 상공에서 촬영한 선박을 확대한 사진을 보면 북한과 중국 선박들의 석탄 저장고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이른 연구원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의 묵인이 있기 때문에 대형 선박 등 수십 척의 북한 선박이 위치신호 장치까지 켜고 중국 해역을 항해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기존에는 베트남(윁남) 등으로까지 불법 선박을 보냈지만 제재 이행 강화로 제재 회피가 어려워진 데다 2019년 북중정상회담 이후 중국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바이른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바이른 연구원: 북중 간 선박 활동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북중 간 동의같은 게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는 추정이지만 (북중정상회담) 시기와 맞아들어갑니다.
바이른 연구원은 북중 간 협의 없이 중국 해군 기지와 정찰선들이 몰려 있는 저우산 해상에서 북한 선박들이 환적 행위를 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일각에서는 미중 간 무역전쟁이 더욱 심화될수록 중국은 대북제재 이행보다는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면서 북한 측과의 불법 환적을 이어갈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편 중국은 연구기관들과 유엔전문가단의 증거자료 제시에도 북한의 불법 환적과 대북제재 위반을 부정해 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 해상에서 북한 선박의 불법 환적과 관련한 자유아시아방송(RFA) 논평 요청에 미국 국무부와 주유엔 중국대표부,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17일 오후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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