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북한 노동자들이 우크라이나에서 분리된 2개 공화국 재건에 중요한 지원군이 될 수 있다는 주북 러시아 대사의 발언에 대해 이는 명백한 유엔 대북제재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Alexander Matsegora) 주북 러시아 대사는 18일 러시아 일간지 이즈베스티야(Izvestia)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북한이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을 승인한 것과 관련해 “북한과 공화국들의 협력 가능성이 상당히 폭넓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어려운 환경에서도 일할 준비가 돼 있는 양질의 북한 건설 노동자들은 (돈바스의) 파괴된 기간시설과 산업시설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지원군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구 소련의 기술적 지원으로 건설된 북한의 모든 제철, 운송기계 기업들에는 여전히 돈바스에서 생산된 설비들이 사용되고 있다며 “북한 동료들은 자체 생산 기지 개보수를 위해 그곳에서 생산되는 부품이나 설비들에 관심이 많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 전문가단의 에릭 펜턴-보크(Eric Penton-Voak) 조정관은 1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마체고라 대사가 말한 북한 노동자들이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서 일하는 것은 유엔 대북제재에 반하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Employment of DPRK workers overseas is contrary to UN sanctions.)
그는 "마체고라 대사가 인터뷰에서 설명한 일부 자재와 장비를 도네츠크의 지역에서 북한에 제공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답했습니다. (So would be the provision to DPRK from these region in Donetsk of some of the materials and equipment the Ambassador described in his interview.)
또한 “유엔 안보리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기존 유엔 제재결의의 위반을 부추기는 듯한 고위 외교관의 모습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It is surprising to see a senior diplomat seemingly encouraging the breach of existing UN sanctions, unanimously agreed by the UN Security Council.)
다만, 마체고라 대사의 인터뷰 발언이 암시하는 것은 향후 대북제재의 특정 조항이 해제됐을 경우에만 이런 활동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However, I think the implication of the Ambassador’s interview was that this activity might take place only once certain provisions of the sanctions regime were lifted, which has long been the stated aim of the Russian Federation.)
아울러 애런 아놀드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위원은 1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마체고라 대사의 발언은 “러시아가 국제적인 의무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말했습니다.
아놀드 전 전문위원 :북한 국적자들의 취업 비자가 급격하게 감소함과 동시에 러시아가 발급한 학생 비자와 관광객 비자가 증가했다는 보고서가 있었습니다.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북한 해외 노동자들의 비자 종류를 변경하면서, 국제적인 의무를 회피하고 있음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북한 노동자들의 해외 노동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입니다.
2017년에 채택된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 2397호 8항에 따라 유엔 회원국은 2019년 말까지 자국 내 모든 북한 노동자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내도록 했습니다.
이는 북한 노동자들이 벌어들인 외화가 김정은 정권의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에 쓰이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2020년 1월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국경을 봉쇄한 이후, 러시아에 파견된 자국 노동자들은 본국으로 제대로 송환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미 국무부는 ‘2021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19개 나라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여전히 외화벌이를 하고 있으며, 러시아 정부가 북한 노동자들의 강제 노동에 적극적으로 연루돼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3일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성향 분리주의자들이 선포한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을 승인했고, 그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북한과의 단교를 선언했습니다.
한편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18일 마체고라 대사의 이번 발언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언급할 것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기자 자민 앤더슨,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