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불법 정제유 수출을 막기 위해서는 회원국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대북제재 이행의지가 필요하다고 유엔 관계자가 말했습니다. 보도에 홍알벗 기자입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4일, 자체 홈페이지에 새로 보고된 대북 정제유 수출현황을 게재했습니다.
대북제재위가 지난 6월까지 석달치 수출량을 발표한 뒤 3개월 만입니다.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7월에 정제유 2천829배럴을, 그리고 8월에는 1만1천745배럴을 수출했습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의 수출량을 합치면 총 3만9천334배럴로 모두 중국 한 나라가 북한에 수출한 겁니다.
이는 지난 해 같은 기간 수출량인 14만 4천배럴의 3분의 1 정도로, 유엔 대북제재 결의 2397호 5항이 정한 연간 수출제한량 50만 배럴의 7.7%에 해당합니다.
적은 양이라도 꾸준히 북한에 정제유를 수출하는 중국과 달리, 그동안 중국보다 많은 양을 북한에 수출해 오던 러시아는 올해 들어 단 1배럴도 수출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통계상으론 러시아산 정제유 공급은 중단됐고, 중국으로부터의 수입도 급감했지만 북한 내부에서 이로 인한 큰 문제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해상에서 선박 대 선박 환적 방식으로 정제유 등 유류제품을 불법거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의 한 관계자는 4일 전자우편으로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제재위는 북한이 정제유 부족분을 선박 대 선박 환적방식 또는 외국 유조선이 직접 배송하는 방식으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면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비루스)가 정제유에 대한 전반적인 수요를 감소시켰을 수는 있지만 올 하반기들어 (북한의) 정제유 수입량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We believe the shortfall is made up by STS and direct deliveries of refined oil products by foreign tankers to DPRK ports. These appear to have picked up substantially in the second half of the year. Covid19 restrictions within DPRK may have brought down the overall demand for refined petroleum products somewhat.)
그러면서 그는 또 "북한이 중국산 원유 수입을 통해 일부 석유제품을 정제해서 생산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며 "유엔 대북제재위 전문가단은 정제유 수입에 대한 제재 회피 상황을 지속적으로 보고하고 있으며, 불법거래를 하는 선박을 적발하고 제재이행 활동을 하는 것은 주변 회원국들의 몫"이라고 강조했습니다. (Don't forget that DPRK refines some of its own petroleum products from the import of crude oil from China. The Panel continues to report on the evasion of sanctions to import refined petroleum products. It is for UN member states in the region to implement those sanctions, and to designate the vessels that conduct this trade.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의 스테판 해거드(Stephan Haggard) 석좌교수는 같은 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지난 3월 유엔 안보리 전문가단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 해 첫 9개월동안 적어도 121번에 걸쳐 정제유가 북한에 배송되었는데 이러한 자료는 대북제재위원회에 하나도 보고되지 않았다"면서 "이렇게 정식으로 보고되지 않은 정제유만 합쳐도 대북제재 제한량인 50만 배럴을 크게 웃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조지타운대학의 윌리엄 브라운(William Brown) 교수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은 러시아에서 정제유를 사올만큼 충분한 외화를 보유하지 못할 것"이라며 "북한이 석유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확장하는 데 사용할 자금이 없을 것이고,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를 잘 이행하도록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4일,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꾸준히 회피하면서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는 내용의 전문가단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이 경제적 난관 극복에 집중하고 있으면서도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동시에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수법을 정교화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올해 2월부터 8월까지의 안보리 대북제재 이행 현황을 담은 이번 보고서에는 북한이 홍콩을 통해 인수한 선박이 한국기업의 소유였다는 내용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즉 비루스 감염증으로 인한 북한의 국경폐쇄 조치와 대북제재, 그리고 중앙 통제적 경제정책 때문에 북한 내 인도적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평가도 담겨 있습니다.
기자 홍알벗,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