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지적에도 북 미술품 인터넷서 여전히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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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이 지난 3월 북한 '만수대창작사'의 그림 등 고가의 예술 작품들이 판매되고 있다고 지적했던 중국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여전히 북한 예술 작품이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경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은 지난 3월 연례 최종보고서에서 중국 단둥 진차오미술관 웹사이트에서 만수대창작사 작품이 판매되고 있다며 대북 제재 위반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약 8개월이 지난 11월 9일 현재에도 북한의 만수대창작사가 제작한 예술 작품들이 여전히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중국 단둥 진차오미술관 웹사이트를 조사해 본 결과, 만수대창작사 조선화창작단 단장이며 공훈예술가인 김동환의 '분괴암연 직장에서', 만수대창작사 소속 명시환의 '춘천'(春天), 만수대창작사 1급화가 황영준의 '금강산의 기암절벽' 등 만수대창작사 작품 다수가 판매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이 웹사이트를 확인했을 당시 있었던 만수대창작사 소속 인민예술가로 불리는 리창 작가의 '금봉도', 만수대창작사 소속 오영길 작가의 '눈내리는 만수대거리 야경', 평양미술대 학부장을 역임한 박진수 작가의 '자화상'은 9일 현재 "관련 작품이 없다"며 화면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 1년 전에 있었던 만수대창작사 소속 리창, 오영길, 박진수 작가들의 작품이 이미 판매되는지 여부에 대해서 진차오미술관에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문의했지만 9일 현재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이 작품들은 대부분 작품의 가격은 정해져 있지 않고, '협상 가격'이라고 책정돼 있어 고가에 판매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었습니다.

실제 이 웹사이트에 따르면 북한 권경수 작가의 '수련'이라는 북한 작품은 중국 돈 20만 위안, 미화로 약 3만 달러로 가격이 책정돼 있고, 만수대창작사 소속 작품 뿐만 아니라 북한 작가의 미술 작품들도 수만 달러에서 수십만 달러에 판매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문으로 된 이탈리아의 ‘북한 예술 갤러리'(North Korean Art Gallery) 웹사이트에서 만수대창작사 그림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영문으로 된 이탈리아의 ‘북한 예술 갤러리’(North Korean Art Gallery) 웹사이트에서 만수대창작사 그림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북한 예술 갤러리’ 웹페이지 캡쳐)

이런 가운데, 중국 진차오미술관 뿐만 아니라 영문으로 된 이탈리아의 '북한 예술 갤러리'(North Korean Art Gallery) 웹사이트에서도 만수대창작사 그림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아울러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북한전문여행사인 '고려투어스'도 9일 현재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북한 화가가 직접 그렸다고 강조하면서, 북한의 선전화, 유화 등 예술작품을 미화 약 100달러~300달러에 팔고 있습니다.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북한전문여행사인 ‘고려투어스'가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북한 화가가 직접 그렸다고 강조하면서, 북한의 선전화, 유화 등 예술작품을 미화 약 100달러~300달러에 팔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북한전문여행사인 ‘고려투어스’가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북한 화가가 직접 그렸다고 강조하면서, 북한의 선전화, 유화 등 예술작품을 미화 약 100달러~300달러에 팔고 있다. (/'고려투어스' 웹페이지 캡쳐)

특히 이 웹사이트는 북한 예술작가 한정실(Han Jong Sil) 등 북한 현지에서 북한 화가들이 직접 그린 작품들을 판매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을 지낸 수 김(Soo Kim)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은 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고려투어스' 웹사이트와 같이 만수대창작사 작품이 아닌 일반적인 북한 미술품을 수입하거나 중개하는 행위가 유엔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북한 미술품에 대한 대금 지불 방식에 따라 대북제재 결의에 명시된 북한과의 금융 제재 규정에 위배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미국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의 트로이 스탠가론 선임국장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유엔은 만수대창작사의 작품이나 동상의 수출을 금지했지만, 북한은 지속해서 자국의 예술작품을 수출해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스탠가론 선임국장: 북한은 유엔 제재가 명시적으로 적용되지 않는 지역으로 수출을 전환하는 등 경화 수입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창의적입니다.

한편 '고려투어스'는 북한 예술 작품의 수입처와 대금지불방식 등과 관련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지난5일 문의에 9일 오후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 관계자는 6일 북한 미술 작품이 '고려투어스' 등 인터넷에 팔리고 있다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요청에 이러한 사실에 대해서 주목하고 있다면서, 현재 조사 중이거나 조사할 예정인 사항 등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알레스테어 모건 대북제제위 조정관은 지난 5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만수대창작사의 미술품 판매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편, 1959년 설립된 만수대창작사는 북한 최대 규모의 예술창작단체로 동상과 건축물을 포함해 각종 예술품을 수출해 벌어들인 외화가 최근 10년 간 1억6천만 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2016년 만수대창작사는 미국 정부의 대북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고, 지난 2017년 8월 유엔 안보리는 대북제재 결의 2371호를 채택해 만수대창작사와 만수대해외개발회사그룹을 유엔 제재 대상에 올렸습니다.

만수대창작사가 동상을 수출해 벌어들인 외화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쓰이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입니다.

특히 최근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지난달 30일 '특별지정 제재대상 명단(SDN)'에 오른 인물과 기관을 포함해 제재대상과 관련된 고가의 미술품을 거래하지 말라는 내용의 주의보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주의보는 제재위반 대상자들이 고가 미술품 시장의 허점을 악용해 미국 제재를 위반하고 있다며, 북한의 미술창작기지인 만수대창작사를 그 예시로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