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I "러 선박→한국 대여→중 선박→북, 불법 유류 환적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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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업체가 빌린 러시아 선박이 운송한 유류(FUEL)가 중국 선박을 거쳐 북한 선박에 불법으로 옮겨졌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최근 조사한 상업 위성사진과 선박 신호 통계 등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출발한 유류가 중국 중개 선박을 거쳐 북한 선박으로 옮겨진 정황을 포착했다며, 이는 유엔 대북제재를 회피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습니다.

RUSI에 따르면 한국업체 ‘이스턴 펙(Eastern Pec)’이 대절한 러시아 선박 ‘머큐리호(Mercury)’는 지난 11월 20일 군산항을 떠나 25일 한반도와 중국 사이 황해에 정박했습니다.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를 추적한 결과 이 러시아 선박은 12월 1일 중국 선박 ‘션들리호(Shundlli)’에 유류를 옮긴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나흘 뒤인 12월 5일 ‘션들리호’는 토고 국적기를 달고 북한의 영해로 들어갔고, 북한 영해에서 다른 선박들과 나란히 붙어 있는 모습이 위성사진으로 확인됐습니다.

RUSI 전문가들은 ‘션들리호’와 만난 북한 내 선박들은 선박자동식별장치를 켜지 않았다고 언급하며, 이는 중국 선박과 북한 선박간 환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선박 간 환적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북한으로 들어가는 유류는 유엔에 보고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러한 중개 선박을 거친 환적은 제재 감시망을 피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2017년 채택된 대북제재 결의는 연간 북한에 공급할 수 있는 원유를 400만 배럴로, 정제유는 50만 배럴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머큐리호’의 선주인 러시아 업체 ‘니코(Niko)’ 측은 자신들이 단순히 한국업체에 선박을 빌려줬을 뿐이라며, 이후 선박의 활동에 대해서는 통제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머큐리호를 빌린 한국의 ‘이스턴 펙’ 측은 중국 어선에 유류를 운송하기 위해 ‘머큐리호’를 대절해 중국 선박 ‘션들리호’에 선박 간 환적을 했다고 인정했습니다.

‘이스턴 펙’은 중국 선박 중개인으로부터 ‘유류를 절대 북한에 운송하지 않으며, 이를 위반시 법적 책임을 지겠다’는 보증서도 받았다고 주장하며, 앞으로 관련 법과 제재를 따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RUSI의 조셉 바이른 연구원은 이번 선박간 환적이 북한에 대한 석유 제품의 불법 운송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진 기존 선박들의 행보와 매우 유사하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른 연구원은 이어 북한에 대한 선박 간 환적이나 제재 회피에 관여한 선박들이 복잡한 위장업체 연결망에 속해 있기 때문에 이익을 얻는 실제 소유주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유엔 대북제재위 전문가단의 에릭 펜턴-보크(Eric Penton-Voak) 조정관은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관련 선박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이 배후에 있는 업체들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며 “더 이상은 말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기자 김소영 에디터 이상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