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경제학자 “제재해제가 북 경제발전 충분조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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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해제된다 해도 바로 경제발전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국제기구 경제학자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지예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워싱턴DC 민간 연구기관인 한미경제연구소(KEI)가 13일 "북한: 마지막 전환 경제?(North Korea: The Last Transition Economy?)를 주제로 화상회의를 개최했습니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OECD, 즉 경제협력개발기구의 빈센트 쿤(Vincent Keon) 경제국 국가분석실장은 이날 회의에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해제된다 해도 곧바로 북한의 경제발전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쿤 실장: (제재 해제가) 필요 조건이지만 충분 조건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부패, 레드테이프, 즉 정부의 불필요한 형식절차, 군부에 쓰이는 과도한 자원이 제재보다도 더 많이 북한의 경제발전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그는 또 북한의 경제특구(SEZ) 역시 경제개발에 크게 보탬이 되진 않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경제특구의 목적 자체가 경제개혁 조치를 실험하기 보다는, 북한이 산업적, 기술적으로 뒤쳐진 부분을 따라잡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겁니다.

또한, 외부에서는 북한 경제특구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보다는 교역을 더 선호한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법치주의가 북한에는 존재하지 않고, 북한의 노동력과 임대료는 저렴하나 전반적인 인프라, 즉 기반시설 개발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북한 전역에 걸친 만연한 부패, 대북제재, 불확실성 등의 요소도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북한에서 신흥 상인계층으로 떠오른 '돈주'가 계획경제와 시장경제가 혼합된 '하이브리드 경제', 즉 안정적인 혼합경제에 기여하면서 이익을 보고 있다며, 이들은 진정한 체제 변화에는 큰 관심이 없는 만큼 향후 북한의 진정한 경제개혁 추진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쿤 실장과 함께 이날 토론자로 나선 범진완 경제국 경제학자는 코로나19 사태로 북한에 식량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가운데, 북한 당국이 식량 부족사태를 완화하기 위한 자원 동원 능력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북한의 식량 가격이 국경폐쇄 조치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북한의 주요 도시 세 곳에서 지난 1월 북한돈 4,500원에 거래됐던 쌀 가격이 북중 국경폐쇄 이후인 2월 초 6천원까지 치솟았지만 지난달에는 5천원으로 다시 떨어졌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또한, 북한 주민들이 장마당에서 식량과 생필품을 구하고, 쌀 이외에도 빵, 비스킷, 면 등 가공식품을 소비하며, 가정에서 텃밭을 일구는 것 또한 식량부족 문제를 완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이어 북한 당국은 과거 경험을 통해 식량 가격 급등이 사회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잘 인지하고 있는 만큼, 비료 생산을 늘리고 농업 기술을 전파함으로써 식량 생산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거의 3주 동안 공개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이달 초 순천 인비료공장에 다시 등장한 것 역시 올해 식량 생산을 늘리겠다는 북한 당국의 의지를 반영한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