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 “한국 정부 ‘북한 개별관광’ 추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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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국 정부가 남북협력 차원의 북한 개별관광 구상을 공식 발표한 가운데, 일부 탈북자들은 북한 개별 관광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이경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을 포함한 영국과 미국 등 탈북자들은 북한 개별관광의 긍정적인 요소로 북한 내 ‘정보 유입’과 ‘한반도 평화 분위기 유지’ 등을 꼽을 수 있지만, ‘관광객의 신변 안전 문제’와 ‘관광자금 유입으로 인한 북한 정권체제 유지’, ‘핵미사일에 자금 전용 가능성’ 등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또 일부 탈북자들은 한국 국적을 가진 탈북자들이 북한 개별관광 혜택을 볼 가능성이 매우 낮을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북한을 다시 가고 싶어하는 탈북자들도 별로 없다고 밝혔습니다.

영국의 김주일 국제탈북민연대 사무총장은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개별 관광에 데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탈북자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탈북자보다 더 많다고 말했습니다.

김주일 사무총장 : 탈북민들이 개별 관광에 대해서 반대하는 쪽도 있고, 관광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쪽, 이렇게 두 쪽으로 나눠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탈북민들은 관광에 대해서 반대하는데요.

그러면서 그는 개별 관광에 찬성하는 쪽은 북한 내 외부정보 유입을 통한 체제 변화 가능성, 반대하는 쪽은 개별 관광객들이 내는 비용이 북한 정권을 유지하는 자금으로 쓰일 수 있다는 이유를 든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그는 한국국적 탈북민에게 북한 개별 관광이 허용될 가능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탈북민 중에 신상 정보를 노출하면서 북한 관광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주일 사무총장 : 탈북민들은 개별 관광을 못하죠. 예전에 금강산 관광이 있을때도 정부에서 허락하지 않아서 금강산 관광을 하지 못했어요. 한국 정부가 북한 관광 교류를 하더라도 한국 국적을 가진 탈북민 출신자에 대한 관광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아울러 한국 내 탈북자단체인 ‘노체인’의 정광일 대표는 21일 탈북자들도 ‘박왕자 씨 피살사건’과 ‘북한에서 억류됐다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 ‘북한의 억류 된 한국 국적자 6명’ 등 한국 국민의 신변안전 문제로 북한 개별관광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광일 대표 : 개별관광에 대해서 아주 부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솔직히 북한에 가서 생명 안전이 보장된다는 보장이 없지 않나요? 탈북민들 같은 경우는 북한에 갈 수도 없지만, 관광객들의 안전이 보장된다는 조건도 없고, 밀어부치니깐 탈북자 사회에서는 안 좋게 생각하죠.

‘박왕자 씨 피살 사건’은 지난 2008년7월 한국 여성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해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사건입니다. ‘오토 웜버어 사건’은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지난 2015년 말 북한 관광에 나섰다 억류된 후 혼수 상태로 풀려났지만, 2017년 6월 일주일 만에 사망한 사건입니다.

특히 정광일 대표는 지난해 6월 한국 일간지 조선일보 소속 탈북자 출신 기자가 판문점 취재에 배제된 바와 같이, 탈북자의 북한 개별관광이 허용될 가능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북한에서도 비자를 내주지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영국에 정착한 탈북자인 박지현 북한인권단체 ‘징검다리’ 공동대표는 2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지난해 6월 오스트랄리아 국적의 알렉 시글리가 억류된 것과 같이 신변 안전상의 문제로 북한 개별관광은 아직 시기상조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탈북민들에 대해서 개별 관광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박지현 공동대표 : 탈북민들은 북한 내부를 잘 알고 자유세계를 직접 맛 본 사람들이기 때문에 탈북민들이 북한에 가게 된다면 북한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부 입장에서 폭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북한 관광을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울러 박지현 대표는 탈북민도 사실상 이산가족이기 때문에 이산가족 상봉 명단에 탈북민도 포함돼야 하지만, 한국 정부에서 포함시키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북한에서 이산가족 상봉 개별관광에 대해 허용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버지니아주에 거주하는 익명을 요구한 40대 탈북민도 2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지난해 10월 펼쳐진 평양 남북한 무관중 경기에서 북한 선수들이 한국 선수에게 고함을 지르고, 골을 넣지 못하게 위압감을 주는 행위에 압박감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스포츠나 문화, 관광 같은 민간 교류에 정치적인 목적이 개입되면 안 된다고 본다”며 “한국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인해 자국민을 험지로 몰아넣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