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당국의 선물 증정식에 냉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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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당국이 여름철을 맞아 전국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하계교복을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당국은 교복의 색상과 품질에서 우수함을 자랑하며 김정은 총비서의 후대사랑을 선전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냉담한 반응이라고 현지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19일 “지난 14일, 도내의 모든 시, 군 소학교, 초급중학교, 고급중학교에서 일제히 선물증정식이 진행되었다”면서 “증정식은 학생들에게 하계교복과 학용품, 가방 등이 기재된 선물명세서를 나눠주는 행사였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오전 10시에 시작된 증정식행사에 참가한 신입생들은 호명하는 차례로 앞에 나아가 명세서를 받았다”면서 “사회자는 코로나 감염사태로 나라의 경제가 어렵지만 총비서의 숭고한 후대사랑에 의해 선물이 마련되었음을 선전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선물 명세서에는 학생이 받게 될 교복과 학용품, 책가방 등 선물품목이 적혀있었다”면서 “학교에서 미리 지역의 상점(마트)에 학생의 몸치수를 잰 명단을 보냈기 때문에 각자가 지정된 상점에 찾아가서 선물을 받는 방식”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이번에 선물로 받게 된 교복은 학생들의 여름철 교복으로 국가가 전액 무상으로 공급하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총비서가 학생들에게 공짜 하계교복이 품질이 좋다고 선전해도 학부형들은 전혀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일부 학부형들은 1년에 학교에 바치는 돈이 얼마인데 그깟 교복을 선물이라고 자랑하느냐며 반발한다”면서 “학생들이 해마다 바치는 ‘충성의 꼬마계획’인 토끼가죽(2매 이상), 파철, 파동, 파지, 파고무, 파고포, 화목(땔감)과 학교 꾸리기에 드는 뼁끼(페인트), 회가루, 창유리, 밀대와 걸레, 빗자루 등에 대한 현물과 현금, 인민군대지원, 사회동원(도로보수, 철길보수, 건설장 지원, 농촌지원)비용까지 다 계산하면 오히려 비싼 가격에 교복을 구입하는 셈”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이 같은 반응은 집에 더는 바칠 것이 없는 학생들이 장마철이면 강물에 떠밀려온 신발이나 헌 옷가지를 주으러 다니는 모습이 애처롭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면서 “공부할 학생에게 교실땔감과 퇴비까지 바치라고 하니 원망의 목소리가 높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20일 “이달 14일부터 청진시내 모든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물교복 증정식이 열렸다”면서 “이번에 공급한 선물교복은 전국에서 동시에 ‘총비서의 후대사랑의 선물’행사로 진행되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달 14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진행된 선물증정식은 선물명세서 전달식이었다”면서 “사회자는 어려운 시기에 선물을 마련하기까지 총비서의 뜨거운 후대사랑과 세심한 배려를 역설하고 이어서 학생과 학부형의 결의문낭독이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끝으로 결의문을 낭독한 학생대표는 격정에 찬 목소리로 울먹이며 ‘당에 충실한 후비대로 준비할 것을 굳게 맹세한다’며 결의했다”면서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덥고 지루한 시간을 참으며 행사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분위기였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선물인 하계교복과 가방, 학용품은 지정된 상점(마트)에 가서 본인출생증과 선물명세서를 대조하고 받는다”면서 “선물을 받고 또 얼마나 많은 꼬마계획자금을 바쳐야 할지 가늠할 수 없는 일부 학부형들은 ‘공짜로 선물을 주노라 말고 차라리 공부하는 학생에게 꼬마계획을 내라고 하지 말라’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김지은,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